쩐다이꽝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양해각서(MOU) 6건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어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문 대통령은 베트남전쟁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참전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등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중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에 영상 축전을 보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베트남 방문 당시 처음으로 호찌민 묘소를 찾은 이후 한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모두 호찌민 묘소를 참배했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 언급한 것은 김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 대통령이 세 번째다.
당초 문 대통령은 베트남 정부에 보다 직접적인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동족상잔 등 내부 문제가 재차 불거지는 것을 꺼리는 베트남 정부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표현을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사과라고 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사과, 그의 후속 조처로서의 배상이 따르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쩐다이꽝 주석과 함께 호찌민 전 주석이 살았던 집을 방문해 호찌민 주석에 대해 “베트남뿐 아니라 전 인류를 통틀어서도 위대한 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0년간 독립을 위해 투쟁했고, 검소한 생활로 국민들과 함께 살고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위대한 면모를 볼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전쟁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하고 호찌민 주석을 치켜세운 것은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각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시켜 향후 한-베트남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격상시키고 좀 더 풍부하게 해나가야 한다”며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2020년까지 양국의 교역 규모를 1000억 달러까지 늘리기 위해 연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추진, 교통·인프라 건설 분야와 미래 성장을 위한 협력 등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에 진출한 기업들이 한국 청년들을 채용하는 ‘1사 1청년 일자리 운동’ 협약식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운동을 제안한 송창근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에게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시면 업어 드리겠다고 했는데 아주 훌륭한 제안을 해주셨다. 제가 나중에 진짜 업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노이=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