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의 날’ 세번째 기념식
이낙연 국무총리(앞)와 유족 대표 등이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3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3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폭침 사건 생존 장병인 예비역 병장 전준영 씨는 산화한 동료 장병들의 이름을 차례차례 불렀다. 전 씨는 북받친 듯 목소리가 수차례 떨렸고, 몇몇 이름을 부를 땐 눈물을 쏟았다.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장병 55명의 이름은 약 8분에 걸쳐 현충원과 그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제3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가한 유족들은 자신의 아들, 남편, 아버지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행사에선 장병 55명을 기리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모두 부르는 ‘롤콜(Roll Call)’이 진행됐다.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은 3대 도발 중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이 벌어진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매년 열린다. 2016년 첫 기념식 이후 ‘롤콜’은 처음이다.
롤콜 시간엔 유족은 물론이고 참석자 대다수가 눈물을 흘렸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이 총리 역시 눈물을 참는 듯 붉어진 얼굴로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총리는 기념사에서 “서해는 끊임없이 북한의 위협 앞에 놓여 있고, 우리 장병들이 생명을 걸고 지켜왔다. 조국의 바다를 지킨 55명의 호국영령 영전에서 그러한 결의를 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념사를 듣는 유족들 표정은 싸늘했다. 상당수는 기념사 끝에 박수도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점,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당시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허용한 점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와 서운함이 여전했다.
고 민평기 상사(천안함 피격 희생자) 어머니 윤청자 씨는 “김영철이 남한 땅을 밟도록 하면서 유족에게는 양해 한마디 구하지 않았다. 우리를 무시해도 분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번도 천안함 유족들을 만나준 적이 없고 오늘도 외국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나는 (문 대통령이) 도망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천암함 46용사, 한주호 준위, 제2연평해전전사자묘역, 연평도포격전전사자 묘역 등 4곳에 조화를 배달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