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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1784년 영국은 남자들의 모자에 부과하는 ‘모자세’를 도입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모자가 품위와 예의를 표현하려는 신사들의 필수품이었다. 부자일수록 모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점에 착안한 일종의 ‘부유세’였다. 그러나 모자 제조상들이 기존 모자와 다른 형태의 ‘쓸 것’을 만들어 파는 등 세금 저항이 심해 11년 만에 폐지됐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상통화 과세, 로봇 노동에 부과하는 소득세인 ‘로봇세’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디지털세 도입도 달라진 경제 환경에 따른 것이다. 기존 법인세 체계는 국경을 넘나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에게는 코웃음거리다. 이들은 유럽에서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에 본부를 두고 실제 돈을 벌어들인 나라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이런 ‘꼼수 영업’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서 스마트폰 앱 판매를 통해 1조4600억 원 정도를 벌었다. 하지만 한국 매출의 상당수를 아시아본부가 있는 싱가포르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