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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로 흉터-음성변화 없애… 환자들 만족도 ‘활짝’

입력 | 2018-03-24 03:00:00

[토요기획]베스트닥터<2>갑상샘암




장항석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난치성 갑상샘암 환자를 전통적 절개 방식으로 수술하는 도중 수술 도구를 넘겨받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2010년 무렵까지만 해도 갑상샘암은 국내에서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암이었다. 초음파 검진을 받는 사람이 급속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증가율 곡선은 다소 완만해졌다.

갑상샘은 목의 중앙부에 있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이다. 체온을 유지하거나 태아의 뇌와 뼈를 발달시키는 갑상샘 호르몬을 만들고 각 기관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갑상샘암 수술을 하면 이 역할을 대체할 갑상샘 호르몬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갑상샘암의 5년 생존율은 100%다. 암의 진행 속도도 느려 ‘거북이 암’이라 부른다. 주변의 장기나 조직, 림프샘을 침범했을 때도 수술이 가능하며 이때도 5년 생존율은 100%를 유지한다. 다만 멀리 있는 장기로 전이되면 5년 생존율은 71.0%로 떨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암(50% 미만)에 비해서 생존율은 여전히 높다. 원격 전이된 위암이나 폐암 등의 5년 생존율은 6%대.

갑상샘암 분야에서는 수도권 5명, 비(非)수도권 1명 등 6명의 베스트닥터가 선정됐다. 각 베스트닥터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섣부른 수술을 권하지 않는 것은 이들의 공통점. 1cm 미만의 갑상샘암은 대체로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갑상샘암은 다양한 방식으로 치료한다. 외과에서는 전통적 절개 수술 외에 로봇을 활용한 수술도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내과에서는 호르몬 치료도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 수도권의 외과 베스트닥터 4명의 치료법을 정리한다.



○ 난치성 갑상샘암 수술의 대가

갑상샘암이 거북이 암이라고 불리지만 드물게 전이가 잘 되고 암이 커지는 속도가 빠른 사례도 있다. 처음엔 순한 암이었지만 재발하거나 전이가 되면서 난치성 암으로 바뀌기도 한다. ‘역형성암’이라고 부르는 유형은 암 부위를 제거해도 일주일 만에 다시 자라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이런 난치성 갑상샘암은 1%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52·사진)는 난치성 갑상샘암 치료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맡고 있는 환자만 600여 명. 이 중 200여 명이 난치성 갑상샘암 환자다. 장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난치성 갑상샘암 환자를 가장 많이 수술하는 의사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순한 유형의 갑상샘암은 수술과 방사선 요오드 치료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난치성으로 바뀌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연구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만 350여 편이며 이 중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의 논문만 120여 편에 이른다. 학회에서도 학술 직책을 주로 담당했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학술위원장을 거쳐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다.



○ 갑상샘 관련 학회의 좌장

소의영 아주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64·사진)는 이 병원이 문을 연 1994년 이후 지금까지 6500여 건의 갑상샘암 수술을 시행했다. 목을 절개하는 전통적인 수술도 하지만 주변 근육으로까지만 전이된 상태일 때는 로봇 수술도 시행한다.

소 교수는 ‘환자에게 신뢰와 만족을 주는 진료’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진단부터 치료 과정까지 모든 의료 행위를 입증된 근거에 준하여 시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믿는다. 소 교수가 이끄는 갑상선내분비외과는 2016년과 2017년 병원에서 시행된 조사에서 우수 진료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 교수는 국내 갑상샘 3대 학회인 대한갑상선학회,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회장을 모두 역임했다. 2016년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 학술대회가 열렸을 때는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세계내분비외과학회(IAES),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AsAES)의 이사회 회원이자 한국 대표를 겸하고 있다.



○ 로봇 수술의 개척자

정웅윤 연세암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54·사진)는 200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갑상샘암 수술에 로봇을 도입했다. 당시 정 교수는 겨드랑이 안쪽으로 5∼6cm를 절개한 후 로봇 기구들을 집어넣어 암을 제거했다. 정 교수가 이 수술 기법을 개척하고 2년이 지나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하고, 각국의 보건당국이 이를 승인하면서 갑상샘암 로봇 수술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로봇 수술 후 목의 불편함이나 통증이 덜하고 목소리 변화나 삼킴 장애도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17개국 25명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 정 교수를 찾아 로봇 수술을 배워 갔다. 1개월 이하 단기연수는 30개국 200여 명이 받았다. 올해와 내년 연수 대기자도 줄을 선 상황이다.

연세암병원은 올해 2월 초, 갑상샘암 로봇 수술 6000건을 돌파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3700여 건을 정 교수가 집도했다. 전 세계에서 갑상샘암 로봇 수술 최다 기록을 가진 셈이다. 정 교수는 로봇 기구를 삽입하는 절개 부위를 더욱 작게 해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연구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세계로봇수술학회(SRS)와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로봇외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로봇 수술의 미래

김훈엽 고려대 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교수(45·사진)는 로봇 수술을 또다시 업그레이드했다. 겨드랑이가 아닌 입 안쪽으로 로봇 기구를 집어넣는 기술을 처음 사용했다. 입 안쪽에 5mm 크기의 구멍 2개, 20mm 크기의 구멍 1개를 뚫는다. 이 구멍을 통해 수술 기구가 들어간다. 입 안쪽의 이 구멍들은 한 달이 지나면 대개 사라진다. 외부에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과 달리 흉터가 전혀 없는 수술법이다.

수술 후 통증도 기존 수술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수술 후 음성 변화가 거의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 수술에 관한 논문은 국제저널인 ‘외과 내시경(Surgical Endoscopy)’에 게재됐다.

중국, 인도, 터키, 대만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의료진에 이 수술 기술을 전수했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존스홉킨스대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에서도 이 수술 기술을 배워 갔다.

김 교수는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학술위원과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편집이사를 맡은 바 있다. 또 대한외과학회 산하 한국외과로봇수술연구회에서 총무이사와 편집이사도 지냈다.




▼방사선-호르몬 치료로 재발 차단… 수술 기준 마련하기도▼

유일한 ‘내과 베스트닥터’ 김원배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원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55·사진)는 6명의 베스트닥터 가운데 유일한 내과 의사다. 따라서 수술이 아닌, 방사선 요오드 치료나 호르몬 치료를 주로 한다. 수술 전후로 이런 내과적 치료가 꼭 필요하다. 암의 재발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 다만 과도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내분비내과 의사들의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

김 교수는 국내 갑상샘암 치료의 표준을 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갑상샘암이 급증하던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표준화된 치료 지침이 없었다. 미세한 혹이 발견되면 일단 떼어내고 보자는 의사나 환자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과잉 진단과 수술 남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06년 대한내분비학회가 갑상샘 결절(혹)과 암 치료 권고안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했다. 당시 김 교수가 이 작업을 주도했다. 2012년에는 대한갑상선학회가 바통을 이어받아 표준화 작업을 벌였다. 김 교수는 2015년 이 학회의 이사장을 맡았고, 학회는 이듬해인 2016년 갑상샘암 치료 권고안을 개정했다. 이 권고안이 현재 갑상샘암 진료의 표준 지침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갑상샘 혹이 0.5cm 이상이면 조직을 떼어내 암 여부를 확인하는 세침흡인세포검사를 했다. 하지만 권고안은 진행성 암으로 의심되지 않는다면 혹의 지름이 1cm를 넘을 때만 검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1cm 미만은 경과를 관찰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설령 수술하더라도 무턱대고 갑상샘을 모두 들어내지 말고 절반만 절제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10여 년 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미국암연구학회에 참가해 최신 의료 지식을 습득한다. 현재까지 발표한 논문만 160편이 넘는다.



▼빛 이용해 암세포만 타격… ‘믿고 맡기는 명의’ 입소문▼

‘非수도권’ 정필상 단국대병원 교수


비(非)수도권 베스트닥터로 선정된 정필상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59·사진)는 여러 지방대 교수들로부터 고른 득표를 얻었다. 이번 조사 이전에 이미 정 교수는 충청권에서 ‘믿고 맡기는 명의’로 알려져 있었다. 정 교수의 환자 대부분은 동네의원 의사들이 보낸 사람들이다.

정 교수는 첨단 의료기술을 곧잘 현장에 도입한다. 현재 의학레이저와 광역학 치료를 하고 있고, 이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광역학 치료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치료법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개의 특허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의학레이저회 회장도 맡고 있다.

환자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게 정 교수의 첫 번째 진료 원칙이다. 그 때문에 진료가 끝날 때면 항상 “웃으면 큰 병도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 사고가 병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회장도 겸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와 전임의를 마쳤다. 1994년부터 단국대병원에서 근무하며 의대 부학장, 기조실장 등을 맡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