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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백성을 사랑한 왕? ‘성군’ 세종을 뒤집다

입력 | 2018-03-24 03:00:00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이영훈 지음/244쪽·1만2000원/백년동안




한국인에게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을 꼽으라면 1, 2위를 다투는 사람이 세종대왕이다. 한글을 창제하고, 정치 사회적인 각종 제도 정비를 통해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자인 저자는 ‘세종=성군(聖君)’이라는 평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실상을 파고 들어가면 전근대적인 측면이 많아 칭송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종에 대한 비판 근거로 내세운 건 크게 세 가지. 노비제 확대와 기생제 확산, 사대주의 강화다. 우선 노비제 확대는 세종이 양반층의 이익을 위해 노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정책을 폈기에 비롯된 결과로 분석했다. 양인(良人·노비가 아닌 사람) 남성과 노비 여성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노비로 규정하는 ‘종모위천법’을 제정해 노비를 늘린 게 대표적이다.

기생제 확산도 마찬가지다. 세종은 1431년 관비(官婢)가 양인 남성과 낳은 딸은 기생, 아들은 관노로 삼자는 형조의 건의를 수락했다. 1437년에는 국경지대의 군사를 위로할 목적으로 기생을 두라고 지시하는 등 기생 인권보다 양반층 편의만 추구한 전근대적 군주였다고 해석했다.

또 하늘에 올리는 제사인 처제를 스스로 없애는 등 중국 왕조에 조선을 사실상 종속시키는 사대주의 정책을 폈다고 비판했다. 한글 창제도 중국 한자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할 목적에서 만든 발음기호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런 분석은 기존 역사학계의 해석과는 크게 다르다. 도발적인 내용이 많다는 점을 의식해서일까. 저자는 책에 대한 비판을 열린 마음으로 감사하게 수용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