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자위대 명기 개헌안 공표 정치적 위기속 연기 예상 깨고 강행 野 반발 거세 연내 국회 발의 미지수… 당내서도 “현상황 무시” 비판
논란이 되고 있는 개헌안 발표를 미루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뒤집은 기습적 조치였다. 실제로 국민 여론은 자위대 명기 개헌안에 부정적이다. 최근 여론조사(교도통신 5일 발표)에 따르면 헌법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제안에 반대(48.5%)가 찬성(39.2%)보다 많았다. 또한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구상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개헌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을 고려할 때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날 전당대회에 나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사학 스캔들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지만 “자위대 위헌 논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스캔들과는 상관없이 ‘올해 안 개헌안 국회 발의’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자민당이 자위대 명기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지만 사학 스캔들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개헌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거세 자민당 계획대로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이날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시민집회 연설에서 “헌법을 바꿀 게 아니라 총사직을 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야권뿐 아니라 자민당 내에서도 상황을 무시한 개헌안 공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부간사장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 신뢰 회복 없이 헌법 개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NHK는 이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3연임이 의문시되는 가운데 이번 개헌안이 힘을 갖고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