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며 여성 리더가 다시 주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제2의 인생을 꿈꾸는 30∼50대 여성들도 늘고 있다.
프리랜서 예술가 김지은(가명·36) 씨는 최근 3년간 미뤄둔 대학원 박사과정을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중고등학교 강사를 하면서 근근이 활동을 이어가던 김 씨는 최근 예술계 선배에게서 “앞으로 교수직에서, 각급 기관장이나 리더로서 여성 일자리가 크게 늘 것이다.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김 씨는 “활동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힘들어 학업을 더 이어갈 엄두를 못 냈는데, 서둘러 학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했다.
요즘 문화 현장의 분위기는 이런 김 씨의 말을 뒷받침한다. 일례로 국립극장장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연출가 김석만 씨는 ‘미투 운동’의 폭로로 교수 시절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며 탈락했다. 이 때문에 문화계 안팎에서는 비교적 이런 오점에서 자유로운 여성 경력자가 각급 예술기관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이런 현상은 여성의 반사이익 같은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구조 변화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치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차우진 문화평론가는 “그간 여성들은 높은 업무실적을 올려도 남성 중심적 조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곤 했다”며 “일련의 분위기를 ‘해프닝’으로 멈추지 않으려면 ‘유리 천장’의 붕괴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란 큰 틀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