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해변에 선 밴드 세이수미. 왼쪽부터 최수미 김병규 김창원 하재영. 다음달 13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일렉트릭뮤즈 제공
“안녕하세요. 엘튼 존입니다. 오늘 첫 곡은 세이수미! 한국 출신 4인조 서프 록(surf rock) 그룹이고요. 끝내주죠. 아주 맘에 들어요. 제 쇼를 시작하는 곡으로 딱 아닌가요?”
팝스타 엘튼 존(71)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존은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애플의 라디오 프로그램 ‘Rocket Hour’에서 한국 그룹을 직접 소개했다. 부산의 4인조 밴드 ‘세이수미’다. 55분짜리 방송 제목을 아예 ‘Introducing Say Sue Me(세이수미 소개하기)’라 붙였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세이수미 멤버들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 검색 창에 ‘Say Sue Me’를 쳐 본다”며 어리둥절해했다. 이달 들어 빌보드와 피치포크, 스테레오검 같은 해외 음악 전문매체가 약속한 듯 연일 세이수미를 조명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저희 연습실은 광안리 해변에서 도보로 3분여 거리죠. 곡 작업이 안 풀리면 해변에 내려와 맥주를 마시곤 해요.”(최수미·보컬)
세이수미. 일렉트릭뮤즈 제공
2013년 결성된 뒤 부산시내 맥주 집을 주로 돌며 공연했다. “관객이 적은 라이브클럽 대신 외국인이 많이 찾는 펍에서 했어요. 팬들이 조금씩 늘어갔죠.”(김병규·기타)
가사를 주로 영어로 쓴 점도 외국인이나 외국 매체의 주목을 끌었다. “해외연수 경험도 없어요. 한글 가사에 자신이 없어 쉬운 영어로 써보기 시작했어요.”(최수미) 외국인 친구들이 “문법엔 안 맞지만 쿨한 문장”이라며 재밌어하기도 했다.
세이수미. 일렉트릭뮤즈 제공
해외에서 더 유명해졌지만 세이수미는 앞으로도 부산을 지킬 계획이다. “서울 홍익대 앞의 유행에서 떨어져서 원하는 음악을 묵묵히 만든 게 저의 스타일이 됐는지도 모르겠어요.”(하재영·베이스기타) 멤버들은 “(부산을) 떠날 이유가 딱히 없다”고도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