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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SNS 시대… 고독을 잃어버린 현대인

입력 | 2018-03-27 03:00:00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동녘·2012년)》



활주로를 떠난 비행기가 새하얀 구름 사이로 들어설 때면 순간 세상과 단절된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낀다. 발아래 까마득히 장난감 같은 도시가 보이고 몸이 8000m 상공으로 떠올랐을 때 느껴지는 단절감은 매번 낯설다. 사방에 음식 먹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가 일상생활과 같다 해도 말이다.

이륙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비행기모드’로 바뀌면서 쓸모가 없어진 스마트폰이다. 하루 수백 번 이상 눈길을 줬던 녀석이 기내에선 홀대받는다. 24시간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며 릴레이 형태로 주고받던 메시지도 당분간 안녕이다. 스마트폰 홀릭을 멈춘 승객들은 영화를 보다 꾸벅 졸기도 하고, 오래전 사두고 읽지 않았던 빳빳한 새 책에 마침내 온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멍하니 허공에 넋을 놓다 문득 스친 생각을 노트에 옮겨 적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일행이 곁에 있는 사람도 수다 도중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비행기 안에선 적어도 누구나 한 번쯤 고독에 빠지게 된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를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 달에 3000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소녀를 예로 들며 ‘대부분의 10대들이 자신의 생각과 꿈, 걱정, 희망 같은 것들을 고민하며 혼자 지낼 수 있는 기술을 배울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우만은 “첨단 정보기술(IT)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외로움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면서도 “충분하고 진실하게 혼자 있을 수 없게 됐다”고 썼다. 가까운 ‘진짜 사람’ 대신 일면식도 없는 페이스북 친구와 더 자주 소통하는 현대인들이 “고독을 잃어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얼마 전 비행기를 탔다가 바우만의 탄식을 공감하게 됐다. 기내 한쪽 벽에 무선인터넷(WiFi) 표시가 돼 있었다. 돈만 내면 비행기에서도 전화와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합법적 고독의 자유’마저 빼앗긴 것 같아 문득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