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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법무장관이 검찰 패싱… 적폐청산 수사뒤 토사구팽”

입력 | 2018-03-27 03:00:00

[검경수사권 조정 논란]‘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에 반발
“조직 명운 걸렸는데… 비상식적”
‘송치전 檢 수사지휘 폐지’ 등 수사권 조정안 놓고도 반발




“검찰 패싱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정부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완전 배제한 것에 대해 검사들은 “비상식적이고 지나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는 조직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인데 정작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주무장관이 검찰에 물어보지도 않은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구속된 직후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이 물 위로 떠오르자 “적폐청산 수사가 마무리되니까 검찰이 토사구팽 당하는 것 아니냐”고 검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 “법무장관, 소수 측근들과만 상의”

박 장관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수사권 조정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 출신 간부들과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이 중요한 사안은 해당 부서에서 상세한 보고를 받고 집중토론을 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법무부 안에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소수 법무부 관계자들과만 상의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박 장관이 법무부 내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이종근 정책보좌관과 심재철 정책기획단장과만 상의하고 청와대와 협의해 정부 합의안을 추진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이 정부 합의안에 서명한 뒤에도 대검찰청은 법무부에서 합의안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검찰의 최고책임자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검사들은 우려와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지역 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아무리 죄인이어도 목숨이 위태로운, 큰 수술 받는 환자가 최소한 어떤 수술을 받을지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법무부 산하에 있다고 하지만 (장관이) 의견을 묻지도, 합의 과정을 알려주지도 않은 것은 좀 지나치다”고 말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우리(검찰) 쪽 이야기는 장관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법무부 장관을 앉혀 놓은 느낌이다”라는 말들도 나왔다.

○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 놓고도 ‘부글부글’

검사들은 또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 내용에도 반발했다. 정부 합의안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되 송치 후에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했지만 정부 합의안에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경찰이 스스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이렇게 되면 형사 사법의 질이 낮아져 국민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초동수사부터 경찰 수사를 지휘하면 재판에 필요한 증거 수집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하지만 송치 후 수사지휘를 하게 되면 보강 수사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부장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스스로 종결하려면 충실하게 수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찰에서 이를 뒷받침할 검증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늘게 되면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은 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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