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놓고 경찰 안팎의 불만도 감지된다.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분리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여전히 검찰 영향력이 미치는 ‘독소 조항’이 담겼다는 이유다.
2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합의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 범위를 경제·금융범죄와 부패범죄, 공직자비리와 선거범죄 등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는 올 1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겠다며 직접 수사 대상을 경제·금융범죄 등 특별수사에 국한했다. 하지만 합의안에는 선거범죄 등 공안사건까지 확대됐다. 지금처럼 검찰이 주요 사건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경찰을 1차 수사기관으로 규정한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안에는 검경의 수사 준칙을 대통령령에서 법무부령으로 바꾸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준칙을 법무부 장관이 정한다는 뜻이다. 이를 놓고 ‘과거로의 퇴행’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수사의 기본 원칙을 규정한 수사 준칙을 법무부령으로 하면 경찰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을 거란 우려다. 2011년에도 국무총리실이 수사 준칙을 법무부령으로 정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 사건에서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침해를 인지하면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독소 조항으로 꼽혔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합의안은 검경이 같은 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에 우선권을 주도록 했다. 다만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먼저 돌입하면 경찰이 우선 수사하도록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이고 검찰이 2차 수사기관이라는 대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경 갈등의 오랜 불씨였던 영장청구권 문제는 개헌 전까지 한시적으로 고등검찰청에 중립적 인사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등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경찰의 영장청구권 확보 문제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권한을 삭제하는 개헌이 이뤄진 후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