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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매파 전면 나서자 부담 느낀 北, 中과 관계복원 서둘러

입력 | 2018-03-27 03:00:00

[김정은 방중說]최고위급 인사 베이징 전격방문




5일 북한 노동당사 본관에서 우리 측 대북특사단과 면담 중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동아일보DB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26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한 것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미국과의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의 채널 복원 필요성을 느꼈고, 중국 또한 급격한 한반도 대화 분위기 속에 나온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시켜야 해 결국 양측이 베이징 고위급 회동이라는 ‘윈윈 결론’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본격 대화판에 끼어들면서 내달 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오를 비핵화 해법 논의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 北,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베이징 채널’ 복원

日매체 “北 고위인사 탑승 추정 열차 베이징 도착” ‘북한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열차가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는 모습’을 포착한 일본 뉴스네트워크 NNN 보도 화면. NNN은 “26일 오후 3시경 삼엄한 경비 속에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탄 듯한 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 열차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방중 때 이용했던 특별열차와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NNN 화면 캡처

김 위원장은 5일 평양에서 우리 대북특사단을 만나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한 이후 단 한 건의 공개 행보도 펼치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의를 이끌어낸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결론은 한국, 미국과 본격적으로 만나 협상하기 전에 일단 중국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정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00년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북한이 합의한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쩌민 국가주석을 만나러 베이징에 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위급이 베이징에 가게 된 것은 결국 북한이 최근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약속한 비핵화 의지를 중국이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 한 북-중 간 정상급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26일 북한 고위급 인사와 중국 고위급의 회동 장소가 인민대회당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은 7년 만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7개월 전인 2011년 5월 20일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베이징을 찾았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미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김정은이 베이징에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와 담판을 지어야 하는 만큼 만나도 미국을 먼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한국에 보낸 것처럼 최측근을 중국에 보낼 개연성은 충분하다.


○ 북, 미 매파 등장에 베이징에 SOS 요청?

북한이 지난 평창 교류나 최근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 진척 국면에서 중국을 사실상 배제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최고위급을 중국에 보낸 것은 의외의 일로 해석된다. 이에 최근 매파 일색으로 채워진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에 북한이 압박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실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임명되면서 북한이 압박을 느꼈을 것, 중국에 ‘미국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내 대화파가 사리지고 강경파로 채워진 것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명분으로 작용했거나 북한 내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급격한 상황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한국, 미국과 협상의 판을 만든 만큼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전략적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손택균·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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