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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촬영한 우리들의 도전 패럴림픽 메달 따고 보다니…”

입력 | 2018-03-27 03:00:00

다큐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 시사회 참석 ‘빙판 메시’ 정승환
“5세때 다쳐 20세 무렵 스틱 잡아 운동 못해본 장애아에게 희망을”




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2012년 노르웨이 세계선수권에 나섰던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지니고 빙판 위에서 열정을 쏟는 선수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렸다. 영화는 상영관을 찾지 못해 개봉이 수차례 미뤄지다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앞두고 빛을 봤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시사회에서 정승환(32·강원도청·사진)은 “영화 속에서는 제가 20대”라며 웃었다.

“저희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영화예요. 저희 추억이 모두 담겨 있고 개인적으로는 아버지를 다시 뵐 수 있는 영화고요.”(그의 아버지는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눈을 감았다)

“(촬영) 당시에는 영화가 될 줄도 몰랐어요. 찾아왔다가 금방 갔던 여러 다큐멘터리 중 하나인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거부감에 카메라도 피했어요. 그런데 1년 넘게 지내다 보니 가족이 됐어요. 대회 때도 응원하는 사람이 없으니 촬영하시는 분들이 엄청 크게 응원해 주시고(웃음).”

4강을 목표로 했던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는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는 개봉 후 벌어졌다. 이제는 40대가 된 형들과 함께 정승환은 꿈만 꾸던 패럴림픽 동메달을 걸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지금도 학창 시절 정승환의 친구들은 그에게 ‘네가 빙판 위의 메시냐?’며 놀린다. 5세 때 다리를 다친 정승환은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이종경(35·강원도청)의 손에 이끌려 처음 아이스하키장에 가기 전까지 한 번도 격하게 달려본 적이 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는 것도 처음 느껴봤다.

남들 앞에서 다리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도 아이스하키 덕분이었다.

“제가 지금도 수영을 못 해요. 다리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그런데 하키장은 거의 강제였어요(웃음).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탈의실이 없거든요. 의족을 빼고 들어가야 하는데 처음에 복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사람은 없는데 의족만, 휠체어만 놓여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여름에 반바지 입고 다녀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죠.”

스무 살 무렵 아이스하키로 운동을 처음 접한 그가 유소년 지도에 관심이 많은 까닭이다.

“제가 어렸을 때 운동을 못 해봤잖아요. 지금도 장애로 밖에 못 나오고 운동도 시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장애인 스포츠를 접하게 해주고 싶어요.”

정승환은 동료들과 다음 달 7일 오후 2시 강원 춘천CGV에서도 관객들을 만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