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가부채 사상 최대
기획재정부가 26일 내놓은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 원으로 2016년보다 122조7000억 원(8.6%) 증가했다. 전체 나랏빚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국가부채는 3024만 원에 이르렀다.
○공무원에 지급할 연금액 6년 만에 2.5배
연금충당부채는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미래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국가의 직접 채무는 아니지만 공무원 등 연금 가입자들이 기금에 내는 돈에 비해 연금 지급액이 급속도로 늘면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지난해 전체 국가부채 증가분 가운데 연금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이르렀다. 정부가 도로를 건설하거나 복지사업을 추진하느라 늘어나는 빚보다 공무원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생기는 빚이 더 많은 셈이다.
정부는 최근 계속되는 저금리 때문에 미래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할인율’이 낮아져서 연금부채가 많아진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저금리만 아니라면 10조 원 정도 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이 이미 적자인 마당에 정부가 국가부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가부채 가운데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직접 채무 역시 660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무원과 군인 대상 연금제도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연금 대느라 재정고갈 우려
정부는 저금리라는 예외적 요인을 배제하면 지난해 늘어난 연금충당부채 규모가 10조6000억 원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으로 메울 가능성이 높은 10조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윤 교수는 “공무원이나 군인의 연금이 민간과 달리 ‘낮은 부담, 높은 급여’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매년 10조 원이 넘는 비용증가가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연금충당부채는 지금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미래의 빚’이지만 정부는 이미 공무원과 군인연금 적자액을 메우는 데 많은 돈을 재정에서 충당하고 있다. 그 돈이 7년 후에는 1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이미 정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적자 구조가 굳어진 만큼 앞으로도 두 연금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16년에 세금에서 2조2000억 원을 썼고, 군인연금에는 1조6000억 원을 썼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두 연금 적자 보전에 드는 국가 예산은 2025년에 총 10조 원에 육박한다.
○미완성 연금개혁 다시 시작해야
정부는 2015년 퇴직자 연금수령액을 동결하고 연금 수령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미루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그나마 군인연금은 손도 대지 못했다. 2016년 연금부채가 92조7000억 원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93조 원 넘게 부채가 늘면서 ‘실패한 개혁’이 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군인연금에 대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부실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부채::
국공채 발행액 등 국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직접 채무에다 공적연금 충당액, 공기업 부채 등 미래 상황에 따라 변제 여부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빚을 더한 것. 전체가 당장 갚아야 할 돈은 아니지만 중장기 재정계획 수립 시 고려해야 하는 넓은 의미의 나랏빚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