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죄송하지만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피곤한 상태라 쉬고 싶었지만 하도 진지하게 간청해 교수실로 안내했다 .
젊은 청년의 고민이라 마음이 쓰였다. 8년 전의 차트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병원을 찾았던 때는 갓 스무 살을 넘겼을 때다. 당시엔 비아그라도 나오기 전이라 특별한 약이 없어 심인성으로 진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권했던 환자였다.
“여자친구가 있어요. 제가 발기가 곤란하니 결혼에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습니다. 행여 나을까 하고 이리저리 시간 낭비하기보다 확실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어요.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 날 그는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시청각 자극검사에서는 발기 상태가 계속 불안정하고 수면 발기검사도 강직도가 70% 이하밖에 나오질 않았다. 페니스의 위, 아래가 서로 다른 강직도를 나타내면서 간헐적이긴 하지만 수치상으로도 매우 불안정한 결과였다. 기질적 장애가 의심되는 환자로 판단해 복합 음경해면체 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혈관 확장제를 주사해도 완전한 발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면체의 동맥혈류는 정상범위를 나타냈다. 해면체 부위의 신경전달 인자나 정맥 계통에서 피가 새어나가서 단단한 발기가 안 되는 선천성 발기 장애로 진단했다.
과거 이러한 경우 대부분 정신적 결함으로 보고 심인성 치료 외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천성에 근거한 기질적 발기부전의 정체가 웬만큼 밝혀지고 있다. 그에 맞는 치료도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환자는 가장 자연스러운 ‘세 조각 팽창형 보형물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 후 회복단계에 이르자 환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심한 통증과 불안 상태를 호소했다.
환자의 성격에 따라 수술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는 회복 속도가 빠르고 통증도 적다. 그렇지 않은 환자는 성격에 따라 회복 속도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청년은 불안감이 심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회복이 느렸다. 3개월이란 시간이 흐르고 적응 속도도 느렸지만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해 가는 듯 보였다.
최형기 성공비뇨의학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