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개막전 경기에서 듀브론트(오른쪽)와 호흡을 맞춘 나원탁(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조지마 겐지는 1995~2005시즌 동안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베스트9’ 6회, 포수 골든글러브를 무려 7차례나 수상한 리그 최고의 포수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전혀 달랐다. 2006년 시애틀에 입단 한 후 타격은 훌륭했지만 투수 리드에 관해서는 갈수록 비판의 강도가 커졌다. 제로드 워시번은 공개적으로 조지마 겐지와 배터리를 거부했다.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백업 포수 롭 존슨과 호흡 때 훨씬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결국 조지마 겐지는 2009시즌부터 팀의 주전 포수지만 4~5선발과 주로 배터리를 이루는 큰 수모를 겪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록적인 측면에서 조지마 겐지는 포수 평균자책점에서 타 포수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시애틀 투수들은 포수 중심적인 반복적인 패턴에 질색했다. 미국 투수들은 어떤 순간에도 주인공이고 싶었지만 조지마 겐지는 자신의 리드가 중요했다.
조지마 겐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리그에 10명도 없는 A급 포수
조지마 겐지의 사례는 일본 최고의 포수도 새로운 리그에서는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정상급 포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18시즌 KBO리그는 포수의 가치가 또 한번 평가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국가대표급 포수 중 한명인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롯데는 젊은 포수들에게 안방을 맡겨야 한다. 롯데 포수 중 1군 경기 출장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김사훈으로 114경기다. NC역시 정상급 포수가 없다. 각 팀 백업 전력을 더해도 10개 팀이 참가하고 있는 리그에 ‘A급 포수’가 10명도 안 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선수 시절 포수였던 김태형 감독.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300경기 이론
포수 출신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다른 야수는 하루에 많아야 20번도 공이 안 간다. 포수는 130개씩 공을 받는다. 블로킹, 타자와 수 싸움, 도루 저지, 캐칭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은 자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1군에서 300경기 이상 뛰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이론이 나온다. 그러나 자질과 성향이 남다른 경우는 데뷔 첫 해부터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다. 포수의 성장에는 덕아웃의 신뢰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일리그인 KBO에서 포수의 비중은 타 리그에 비해 훨씬 더 높다. 팀 간 16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투수 리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리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투수리드는 경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베테랑 포수가 중용되고 젊은 포수의 성장 기회가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되기도 한다.
포수는 여전히 가장 키우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학습능력과 신체적 완성도를 키우는 훈련이 함께 이뤄지고 덕아웃의 깊은 신뢰가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