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절차 금지 등 GM과 합의 안해 청산 돌입 땐 아무것도 못 건질 수도 산은, 투자자본 회수조치 법률 검토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에 대한 부도 처리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한국GM의 부도 처리 및 파산 절차를 막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투자 자본을 회수하기 어려운 것이다. 산은은 즉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GM은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한국GM은 노조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이달 31일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하지 못하면 신차 배정은 없다는 방침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26일 한국GM 노조 간부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4월 20일까지 이해관계자(노조와 정부)의 협조가 확정되지 않으면 한국GM의 부도처리 및 파산 절차(bankruptcy filing)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과 실사단은 엥글 사장의 부도 언급이 노조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5월에 끝날 것으로 보이는 실사 일정을 당기고 지원을 빨리 해달라는 얘기다. 엥글 사장은 27일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도 “실사단이 요구하는 200여 건의 자료 중 85%를 제출했다”며 조속한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GM이 파산하겠다고 나서면 이를 막을 방도는 딱히 없다. 한국GM 실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사 기간 중 GM 본사 차입금 만기 자동 연장, 파산 절차 금지를 미리 (GM 측과) 합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GM 파산 신청 시 법원이 한국GM 자산을 채권자에 배당하게 된다. 한국GM은 자본잠식 상태라 최대 채권자인 GM이 대부분의 자산을 챙겨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GM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사실상 산은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의미다.
산은은 한국GM이 부도를 낼 경우에 대한 대응 방안 및 법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투자세칙이나 채권관리세칙 등 내부 규정에 부도에 따른 투자자본 회수 조치 절차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후 관리 대응 방안이 내부적으로 부재한 상태다.
GM은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측은 28일 전 직원에게 3월 말까지 임·단협 타결이 없으면 신차 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공지할 예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 정부에 제시할 자구안도 임·단협 타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GM 본사도 임·단협이 타결돼야 신차 배정은 물론 자금 지원도 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결국 이번 주에 임·단협에 대한 진전을 이뤄야 한국GM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