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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매파 ‘존 볼턴’의 등장

입력 | 2018-03-28 03:00:00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두 가지 차원의 ‘전쟁’ 이야기가 뉴스 머리를 장식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중국과 유럽이 맞불을 놓으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입니다. 전문가들은 1930년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한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교역량 감소와 대공황의 촉매가 됐던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주 미국, 유럽 등 세계 증시가 폭락한 것으로 보아 시장의 반응은 비관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전쟁설입니다. 트럼프는 22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내정했습니다. 볼턴은 공화당 행정부에서 중용됐던 매파(보수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로 슈퍼 매파로 통합니다. 그간 이란과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과 전쟁 불사를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북-미 회담은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리는 것이라며 군사 옵션을 선호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볼턴 전진 배치가 주는 시그널은 무엇일까요. ‘전쟁 우려의 확대’와 ‘평화 확보를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견해가 맞섭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볼턴 임명에 대해 ‘북-미 회담에 끔찍한 결정’이라고 논평했습니다. 당일 뉴욕 유가가 2.5% 상승한 것은 전쟁 가능성 증가로 받아들인다는 지표입니다. 북-미 회담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에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대사)-마이크 폼페이오(국무장관)-볼턴 등 슈퍼 매파 삼각편대를 포진시킨 것은 북한에 강력한 신호를 주는 것으로 읽힙니다. ‘완전한 핵 폐기냐, 전쟁이냐’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내놓고 북한을 압박하는 형국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절충의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볼턴은 ‘선 핵 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선호하는 인물입니다. 2003년 리비아 카다피가 완전한 핵 포기를 선언한 뒤 실제 핵 폐기 완료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리비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포괄적 사찰을 바로 수용하면서 복잡한 검증 단계 없이 일사천리로 폐기 프로그램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볼턴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리비아식 모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과연 북한이 리비아처럼 관련 시설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포괄적 사찰을 거쳐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는 로드맵을 받아들일까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합니다. 그간 북한은 리비아식 핵 폐기 프로그램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핵 동결과 동시 보상’을 주장해 왔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2011년 민주화 운동으로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것에 대해 핵 폐기로 무장 해제된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미국 내 매파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고 북한 선제 타격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전쟁 대신 평화 체제가 구축되고 핵 공포 없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날이 올까요. 우리의 운명을 가를 격변의 시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개가 깨끗이 걷히기를 기대하며, ‘새 길 열리면 그 길로 가야 한다’는 볼턴의 최근 발언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