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북핵 협상에 미묘한 파장

○ 김정은, 시 주석을 시작으로 ‘원샷’ 릴레이 회담
청와대는 북-중 대화가 재개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한 관계자는 “북측 움직임은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이라며 말을 흐렸다. 미국과의 담판을 요구해온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기 직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먼저 시도하는 일종의 ‘변칙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사단 방북 과정에서도 중국과 단시일 내에 관계 개선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해선 북-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양에 조언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북-중 대화를 김정은의 태도 변화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과의 회동이 북-미 대화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이는 만큼 미국과의 대화를 전제로 한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내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중국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도 있다. 대화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는 호재라는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보상 방안에 반대하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슈퍼 매파’가 북-미 대화의 최일선에 배치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보증하고 미국을 설득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김정은의 대북제재 완화 노림수일 수도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먼저 관계 정상화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호락호락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의 요청으로 이번 방중이 성사된 만큼 북한은 향후 대화 국면에서 중국을 최대한 활용해 챙길 것은 제대로 챙기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을 끌어들여 대북제재를 완화하면서 북핵 협상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혈맹’과의 관계를 재정비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체제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과거 6자회담 때처럼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조치에 소극적일 경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으려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