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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즐겨타는 김정은, 왜 기차로 갔나

입력 | 2018-03-28 03:00:00

김일성-김정일 기차외교 따라해
‘北中 혈맹관계 변함없다’ 과시
최신 의료장비 갖춰… 바닥도 방탄, 경호 위해 쌍둥이 열차 운행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 통칭 ‘1호 열차’로 불리는 특별열차를 타고 간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비행공포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직접 경비행기를 조종하고 평소 북한 내 시찰에 항공편을 애용했기 때문. 열차는 평양∼베이징 왕복 이동시간만 꼬박 이틀이 걸릴 정도여서 ‘시간 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기차를 이용한 것은 2011년 12월 집권 후 자신의 첫 정상회담이자 첫 중국 방문의 의미를 김일성, 김정일의 대중 외교의 연장선에 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집권해서도 북-중의 혈맹관계가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열차 외교’를 통해 상징화시켰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중국행은 집권 후 김정은의 첫 대외 외교 행보로 의미가 크다. 김일성, 김정일이 열차를 타고 중국에 가 정상외교를 펼쳤던 것을 재현하면서 북-중 관계가 과거와 같이 긴밀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 여전히 대척세력이 있는 만큼 평양을 오래 비워 두면서까지 열차를 택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열차는 25일 오후 11시경 단둥에서, 26일 오후 3시경 베이징 시내에서 포착됐다. 북한의 열악한 철로 사정 탓에 평양∼단둥은 7∼8시간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김정은은 25일 오후 3시경 평양을 출발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을 출발해 거의 하루 만에 베이징에 닿은 셈이다.

김정은의 특별열차는 총 21량으로 구성돼 있으며 집무실과 최고급 침실, 응접실, 그리고 수행과 경호 인력이 머무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TV와 위성전화 등 첨단장비가 탑재돼 있어 달리는 최고급 호텔 겸 집무 공간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주로 머무는 전용 칸이 열차 중 어디에 있는지는 극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김정일의 특급열차 뒷부분에는 벤츠 등 전용 리무진이 있고, 웬만한 대수술도 할 수 있는 최신형 의료장비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정은 열차’의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타는 전용 칸에는 열차 바닥에도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다. 김씨 일가를 근접 경호하는 호위사령부 요원들이 동승한다.

게다가 경호를 위해 쌍둥이 열차를 함께 운행한다. 선행 열차가 선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다음 최고지도자가 탄 열차가 뒤따르는 것. 2011년 5월 김정일의 방중 때 이 쌍둥이 선행 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포착되기도 했는데, 정면에 부착된 고유번호는 ‘DF11z-0001B’였다. 2010년 8월 포착된 김정일 탑승 열차 번호인 ‘DF11z-0001A’와 마지막 알파벳만 달랐다. 이번에 김정은이 타고 간 열차 번호는 ‘DF11z-0002A’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전용기를 ‘참매’로 부르는 것처럼 전용 열차를 ‘태양호’로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 정부 관계자는 “‘태양호’ 명명이 정식 확인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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