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최초 보고를 ‘골든타임’ 이후 청와대 관저 침실에서 받고 최순실 씨(63)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참사 유가족과 관계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들은 고(故)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성욱 4·16세월호 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은 “황당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며 더 말을 잊지 못했고, 참사 당시 생존학생인 장애진 씨의 아버지 장동원씨는 “청와대가 이런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해서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참가했던 전직 조사관도 “국민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침실에서 보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또 주도적 판단이 아니라 비선이라는 민간인의 이야기를 듣고 움직이고 행동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119에 접수된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20분쯤 최초 보고를 받았다. 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사고소식을 접한 뒤 유선보고를 위해 수 차례 전화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받지 않았다. 결국 김 전 실장은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 행방을 물으며 시급히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의 침실에 있었다. 안 전 비서관은 이영선 전 행정관을 대동하고 급히 관저로 향했다. 이 전 행정관은 관저 내실로 들어가 침실 문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수 회 불렀고 그제서야 박 전 대통령은 침실 밖으로 나왔다. 이 때가 10시20분이라는 것.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총력 구조를 전화로 지시한 시각도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구조 '골든 타임'이 지난 10시 22분었으며, 사고 당일 오후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박 전 대통령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등 대처 방안을 논의한 부분도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