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헤인즈-문경은 감독(오른쪽). 동아일보DB
서울 SK 문경은(47) 감독은 선수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람보슈터’라는 멋진 별명도 얻었죠. 코트를 휘젓던 람보슈터는 어느 덧 7시즌 째 SK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직책과 역할이 바뀌듯 별명도 바뀌었습니다. 요즘 문 감독의 별명은 ‘문애런’입니다. 작전타임 때마다 애런 헤인즈(37)를 찾는 모습에서 비롯된 겁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문 감독은 ‘문애런’이라는 별명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방송에서도 “애런은 내 운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 감독은 헤인즈와 함께 일 때 두려울 것이 없었죠. 문 감독은 감독대행시절이던 2011~2012시즌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는데, 모두 헤인즈가 있을 때였죠. 헤인즈와 처음 만난 2012~2013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헤인즈가 떠난 지난 두 시즌(2015~2016, 2016~2017) 동안 팀이 하위권에 머물자 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헤인즈를 영입했습니다. 강렬하고 행복했던 운명의 첫 사랑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헤인즈와의 재회는 역시 행복했습니다. SK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2위(36승18패)에 올라 4강 PO에 직행했습니다. 그런데 PO를 앞두고 SK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헤인즈가 무릎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문 감독은 부랴부랴 제임스 메이스(32)를 영입해 4강 PO(5전3승제)에 대비해왔습니다. SK는 29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호화군단’ 전주 KCC와 4강 PO 1차전을 치릅니다. 문 감독은 ‘애런 없이’ 행복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진정한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습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