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구상 수정 추진
귀국하자마자 정의용 만난 文대통령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마치고 2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실장 오른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북-중 정상회담이 비핵화 대화에 도움 될 것”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9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방한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한반도 비핵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한중 간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사전통보를 받았다”며 중국과의 대북 네트워크가 살아있음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고위관계자 간에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면서 ‘대북 정보력 부족’ 비판을 반박한 것. 사전 통보 채널은 정 실장과 양 위원 등 국가안보회의(NSC) 라인이 유력하게 꼽힌다.
다만 청와대는 사전 통보 시점이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김정은의 방중 사실을 확인해줬더라도 사전 통보는 매우 촉박하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당국은 평양에서 특별열차가 이동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김정은 방중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미국에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핵 포기와 체제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일괄타결 해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에 공헌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역할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적 보상을 하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보증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면서 “대화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북-중 교류협력 확대를 제안하면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 한미-북중 ‘2+2회담’ 가능성도
청와대는 중국의 참여로 비핵화 대화가 한미와 북-중 4자회담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재 역할을 나눠 맡게 될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남북미 정상회담을 대신해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남북은 29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 46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자문단은 원로 자문단 21명과 전문가 자문단 25명 등으로 구성됐다. 원로 자문단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햇볕정책’과 ‘평화와 번영 정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와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정세현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다. 청와대는 이홍구 전 총리 등 보수 인사들도 일부 포함했으며 여성계에선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