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어제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2018 남북 정상회담’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2018 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회담 정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포괄적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이다. 남북 교류와 긴장 완화 등이 큰 주제였던 2000, 2007년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전초전이며 1라운드 성격이다. 그 성과는 한반도의 명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 북-미 회담을 앞두고 대외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방문에 이어 4월 말이나 5월 초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6월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7년간 은둔해온 김정은이 릴레이식 정상외교에 나서려 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일 우군을 확보하고 전체 구도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의 끼어들기’ 변수에 이어 러시아 일본도 발언권을 높이려 하면 북핵 외교전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들 것이다.
중국은 어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서울에 보내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했다. 김정은이 26일 “한미가 단계적 동시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가 가능하다”며 단계별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핵문제 해결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든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국 측이 전달해준 김정은의 정확한 발언 내용, 맥락을 냉철히 판단하고 미국과 철저히 공유해야 한다.
남북 회담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과거 북핵 협상과 달리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어떤 형태의 보상이나 제재 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호한 자세를 분명히 밝히고 김정은이 이를 전제로 회담에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와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국 러시아와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과 함께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며 단계적·평화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해 왔다. 북-러 회담이 이뤄지면 김정은은 ‘단계별 비핵화’에 대한 또 하나의 우군을 얻게 될 수 있다. 그러면 5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더 작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선행 조치 단계마다 보상을 해줬던 과거의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면서 ‘보상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은이 단계별 보상을 고집하고 중국 러시아 등이 이를 옹호하면 북-미 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모처럼 찾아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회는 무산되고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먹구름이 한반도를 덮을 수 있다. 올 4∼6월을 비핵화의 기둥을 세우는 ‘골든타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바로 남북 정상회담이다.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와 빈틈없는 제재 전선 유지를 바탕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