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작(獨酌) ―임강빈(1930∼2016)
주량이 얼마냐고 물으면
좀 한다고 겸손을 떨었다
세상 한구석에서
대개는 외로워서 마셨다
그 자리가 허전하다
거나하게
정색을 하며 마신다
독작 맛이 제일이라 한다
외롭지 않기 위해 혼자 마신다
과거는 배반을 모른다. 지나온 삶의 흔적은 사람의 어딘가에 묻어 있다. 얼굴, 눈빛, 하다못해 몸짓 같은 데서도 티가 난다. 특히 오래 살아온 사람한테는 과거의 흔적이 체취처럼 풍겨난다.
그렇다면 시라는 업을 굉장히 오래, 진심으로, 정성스럽게 해온 사람에게서는 무슨 느낌이 풍길까. 이 질문 앞에서 임강빈 시인을 떠올린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시인이었다. 누가 시켜서, 무슨 딴 목적이 있어서 시인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시 한 편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진짜 시인이었다.
사과가 사과인 줄 모르고 익는 것처럼, 시인은 자기가 시인인 줄 모르고 시인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해 왔다. 돈, 명예, 과시, 탐욕. 시를 통해 이런 것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얼마나 순수하게 시 하나에 간절했는지 모른다. 시에 오래 매진해서 일종의 경지에 들어섰으면서도 늘 더 좋은 시를 쓰지 못해 괴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