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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사회부 차장
서울대 법학연구소가 2005년 발간한 학술지 ‘법학’에 실린 논문 ‘현 시기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원칙과 방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타협과 이해를 강조하면서도 검사의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한계를 긋고 있다.
논문은 우리나라 경찰이 수사에서 비(非)수사경찰간부들의 부당한 청탁이나 사건 개입을 방지할 장치 마련 및 내부 비리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미흡함을 우려한다. 또 “우리 사법경찰관이 10일간의 피의자 구속권, 피의자 신문권, 구속영장 신청권 등 다른 현대 민주주의 국가 경찰이 갖지 못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하여, 경찰에 의한 인권 침해는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찰 공화국’의 폐해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경찰 수사권 ‘독립’은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조심스러운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논문을 쓴 사람은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이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겠다는 구상도 당황스럽다. 이는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조차 검찰의 기소권 행사를 통한 경찰 수사 적법성 통제가 필요하다며 반대하는 일이다. 검경 관계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을 모르지 않는 조 수석이 왜 태도를 180도 바꾸었는지 궁금하다.
조 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극소수만 참여하는 현재 논의방식도 문제다. 조 수석과 박 장관은 교수 출신의 법률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이들이라는 한계가 있다. 큰 틀에서 대통령이 가리키는 방향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논의 과정에서 야당 역할을 할 외부 전문가를 논의에 참여시키는 일은 꼭 필요하다.
개혁 대상인 검찰을 수사권 조정 논의 테이블에 직접 협상 당사자로 앉히지 않은 점은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쳐도 새 제도 시행의 부작용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관인 검찰이 논의 진행 상황을 통보조차 못 받고 있는 상황은 비정상이다. 검찰 벌세운다고 나라의 큰 기둥인 형사사법체계를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전성철 사회부 차장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