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리교회 김흥규 목사, 부활절 앞두고 목회자 책임 강조
인천 내리교회의 작은 뜰에 조성된 아펜젤러 선교사와 김기범 조원시 목사의 흉상(왼쪽부터). 김흥규 목사는 “지상이나 천상이나 남는 것은 사랑이다. 부활절을 맞아 다른 무엇보다 사랑이 부족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우리는 부활주일에 여기 왔습니다. 이날에 죽음의 철장을 부수신 주님께서 이 백성을 얽매고 있는 줄을 끊으시고 그들로 하나님의 자녀들이 얻는 빛과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부활절(4월 1일)을 앞두고 26일 찾은 인천 내리교회. 한편의 비석에는 1885년 4월 9일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가 미 북감리교 선교부에 보낸 편지의 끝부분이 새겨져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제물포항에 도착한 것은 4월 5일 그해 부활절이었다.
내리교회는 한국 기독교(개신교)사에서 ‘어머니 교회’로 불린다. 감리교 발상지, 소년운동의 선구인 엡윗청년회, 최초의 해외선교…. 초대 아펜젤러와 2대 조원시(미국명 조지 원스)에 이은 3대 김기범 목사는 국내 최초의 목사다. 교회 곳곳에 한국 최초라는 역사적 흔적이 가득해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2004년 부임해 제26대째인 김흥규 목사를 만났다.
“고난과 배고픔의 영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회가 초기의 ‘헝그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비대해졌다. 음식이 꿀처럼 달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세종대왕보다 잘 먹고 살지만 그 음식이 꿀처럼 맛있다고 하지 않는다.”
―목회자들 책임이 큰 것 아닌가.
“목회는 하나님을 위한 사역이 돼야 하는데 자신을 위한 비즈니스가 됐다. 교회의 거룩함은 사람이 아니라 예수 때문에 실현되는 것이다.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 목회자들은 배우지 못하고 많이 준비 못했는데도 꿀맛처럼 단 설교를 했다.”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아펜젤러 같은 초기 선교사들은 비 내리는 제물포항에 도착해 꽃다발 하나 주는 사람 없는 이 땅에 선교의 씨앗을 뿌렸다. 아무도 맞아주지 않던 그 쓸쓸한 심경으로 돌아갈 때만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면….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다. 예수님은 자신을 세 번 부인한 배신자 베드로도 품어주셨다. 끝없는 사랑이 또 다른 부활을 낳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정의는 있는데 용서와 사랑은 없다. 교회뿐 아니라 사회도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의가 없는 평화는 거짓이다. 하지만 자신의 코를 낮추는 사랑은 정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에 있다. 모세의 율법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은 끝까지 복수하라는 게 아니다. 과하지 않게 그만큼만 갚으라는 것이다. 정의에 용서와 사랑이 깔려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바꿀 수 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고린도 전서 13장 13절이다. 세리(稅吏)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던 삭개오 얘기가 있다. 삭개오는 동네 사람들에게 밀려 나무 위에서 겨우 예수님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예수님은 그런 삭개오를 향해 네 집에 머무르겠다고 했다. 죄인이 회개하기도 전에 용서한 것이다.”
인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