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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2300만명 이해관계 얽혀 손대기 쉽지 않아”

입력 | 2018-03-31 03:00:00

복잡한 주택청약제도, 고치긴 고쳐야 하는데…




“청약통장 가입자 2300만여 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제도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약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주무 기관인 국토교통부 직원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낡은 청약제도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 방향에 따라 전체 국민의 40%에 이르는 청약저축 가입자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개편에 나서기도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최근의 청약가점제 확대 조치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전용면적 85m² 이하 분양 주택에 가점제를 전면 적용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등 ‘고(高)가점자’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반면 가점이 비교적 낮은 사회 초년생 등은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역시 청약제도에 따라 널뛰어 왔다. 3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예금·부금·저축) 가입자 수는 2326만 명(1순위 1251만 명)이다. 3년 전인 2015년 2월(1794만 명)보다 29.7% 늘었다. 2015년 2월은 청약 1순위 자격요건을 통장 가입 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등의 규제 완화가 이뤄졌던 때다. 이후 부동산 시장도 활황을 맞으면서 매달 가입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중이다.

반대로 청약 규제가 강화되거나 분양시장이 위축될 때는 통장 해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청약가점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2007년이 대표적이다. 그해 1월 724만 명이었던 통장 가입자 수는 연말 691만 명으로 1년 새 4.6% 떨어졌다. 이후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으면서 2008년 연말(632만 명)까지 감소세가 계속됐다.

정부가 특히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이 같은 ‘릴레이 인출’ 현상이다. 청약통장 예금액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국민주택채권과 함께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수입원이다. 청약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의 경우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42조1000억 원으로 전년 연말(40조8000억 원) 대비 3.2% 늘어난 상태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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