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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위에 피어난 ‘스마트 新산업’

입력 | 2018-03-31 03:00:00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포스코그룹




포스코그룹은 창립 기념일인 다음 달 1일 ‘중대 발표’를 한다. 회사 설립 50주년을 맞는 올해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원년으로 보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것이다. 바로 ‘POSCO 100’ 비전이다. 여기에는 철강 중심인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에 트레이딩, 건설,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등 인프라 사업과 에너지 저장 소재, 경량 소재 등 신성장 사업 분야를 더해 3개 핵심 사업군으로 키우겠다는 내용이 담긴다. 100년 기업을 위한 청사진인 셈이다.

포스코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중심에는 권오준 회장과 새로운 비전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영진이 있다. 이들은 영일만 허허벌판에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제철소를 세운 ‘포스코 신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인

권 회장이 2014년 3월 포스코그룹 사령탑에 올랐을 때 의문을 제기하는 재계 관계자가 적지 않았다. 금속공학 박사로 평생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던 전문가가 국내 재계 6위인 포스코그룹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권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 대신 철강기술 전문가에서 기술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멀티플레이어’로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권 회장 취임한 후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게 큰 몫을 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권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 2조2215억 원에서 지난해 2조9025억 원으로 3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3%에서 10.2%로 높아졌다. 권 회장이 취임한 후 제품과 함께 이용 기술도 제공하는 솔루션마케팅과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결과다.

권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시절 진두지휘해 개발한 ‘리튬직접추출’ 기술을 기반으로 한 2차전지 소재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권 회장은 지난해 리튬 생산에 필요한 상용화 플랜트를 준공시킨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호주 광산업체인 필바라와 리튬광석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해 리튬 대량생산의 물꼬를 텄다.

○ 철강사업을 이끄는 사장 ‘2인방’

포스코그룹의 모기업인 포스코에는 권 회장 외에 대표이사가 2명 더 있다. 철강부문장인 오인환 사장, 철강생산본부장인 장인화 사장이다.

오 사장은 그룹 경영에 집중하는 권 회장을 보좌하면서 철강 부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1981년 입사 후 열연판매실장, 마케팅본부장 등 마케팅 분야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특히 포스코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독일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차량용 강판을 공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오 사장은 권 회장의 사상이 담긴 솔루션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도 꼽힌다.

장 사장은 포스코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가 됐다. 장 사장은 철강 구조물 전문가로 고로 노체 설계 및 제작 기술을 국산화해 포항 및 광양제철소에 적용했다. 또 자동차용 강판 수요 증가 등 시장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제철소’ 구현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신 ICT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 전략 수립과 실행을 책임지는 부사장들

기술투자본부장인 유성 부사장은 신사업 발굴 및 육성과 함께 기술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한 유 부사장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강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포스코가 일본 고급강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신성장동력인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포스코 재무·기획부문 총 책임자인 전중선 가치경영센터장은 1987년 포스코 입사 후 조직제도팀장, 비서실장, 원료구매실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2014년 경영전략실장 시절에는 부실자산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알루미늄 도금 강판과 컬러 강판을 제조하는 포스코강판 대표도 지냈다.

김학동 광양제철소장은 1984년 쇳물을 생산하는 제선부에 입사한 후 30여 년간 제철소 현장을 지켜온 엔지니어 출신. 포항제철소장도 지내 제철소 생산라인에 정통한 ‘야전 사령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부하 직원들에게 ‘100% 표준 준수’를 강조한다. 기준과 절차를 따르면 생산, 품질, 안전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탁 철강사업본부장은 포스코 내부에서 ‘마케팅통’으로 불린다. ㈜대우 출신으로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 쿠알라룸푸르 지사장과 금속본부장을 지냈다. 포스코에서는 해외마케팅실장과 철강사업전략실장 등을 지냈다. 올해 1월 인사에서 포스코대우 출신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포스코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은 회사 내부에서 ‘독일 병정’으로 통한다. 정확한 일처리와 절도 있는 업무 스타일 덕분에 생긴 별명이다. 1986년 포스코 입사 후 냉연공정과, 생산관제과, 수주공정실 등을 거치며 철강 생산 관리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한성희 경영지원센터장은 포스코 본사 재무와 전략부서, 포스코차이나 등 해외법인, 포스코건설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능력을 쌓았다. 홍보실장 시절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로 한계를 뛰어넘자는 뜻을 지닌 ‘Unlimit the limit’을 선보였다.


▼ 무역-건설-에너지 등 협업… 철강과 시너지 극대화 ▼

포스코 계열사 이끄는 최고경영진

포스코그룹에는 포스코 외에도 무역, 건설, 에너지, 2차전지 소재 등 철강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1982년 ㈜대우에 입사한 후 36년간 국제 무역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상사맨’. 포스코그룹의 글로벌화를 선도하는 핵심 계열사 사장으로서 포스코P&S 합병을 마무리하는 등 그룹 내 시너지 창출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매출 22조5717억 원, 영업이익 4013억 원)을 내며 ‘글로벌 종합사업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경제학 박사 출신 CEO. 1985년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장(상무), 경영전략2실장(전무) 등을 거쳐 2013년 포스코건설로 자리를 옮긴 뒤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며 포스코건설이 역대 최대 실적(매출 8조 원, 영업이익 4000억 원)을 내는 데 기여했다.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부사장), 포스코켐텍 사장도 역임했다.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고려대 경영대 초빙교수, 산업연구원 부원장을 지내 산학연을 모두 경험한 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장(상무), 미래성장전략실장(전무), 전략기획총괄 부사장, 기획재무부문장(사장)을 지냈다.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은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을 지냈다. 최근 3년간 그룹 전체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사장)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올해 2월 포스코켐텍 사장 취임 후에는 2차전지 음극재와 침상코크스 사업에 대한 선제적인 설비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두환 포스코ICT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 KT종합기술원장(사장)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 CEO. 벤처기업인 네오웨이브를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포스코ICT 사장 취임 후 그룹 스마트 솔루션 및 정보통신기술(ICT) 전략 수립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은 경제, 글로벌 경영, 미래 산업 연구를 두루 경험한 경제 전문가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4년 설립된 포스코경영연구원 공채 1기로 입사해 인도 델리사무소장, 연구조정실장, 경영컨설팅센터장, 미래창조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한국인도사회연구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박성호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은 금속공학 박사로 포스코그룹의 신성장 분야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1982년 포스코 제강부에 입사한 후 포스코 철강기술전략실장(전무), 기술연구원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포스코의 신성장사업 전략과 연계해 리튬 직접 추출, 고순도 니켈 추출, 양극재와 음극재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엠텍 대표이사인 이희명 사장은 포스코 재무회계 부서와 베트남 법인장, 정보보안그룹 팀 리더 등을 거치며 경영 관리 및 보안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포스코엠텍으로 옮겨 온 뒤 부실 사업 정리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올해 2월부터 포스코강판을 이끌고 있는 하대룡 사장은 포스코에서 홍보와 마케팅 부서를 두루 거쳐 고객과 산업의 트렌트를 잘 읽는 경영인으로 통한다. 포스코 에너지 플랜트 사업추진반장 시절 조선 경기 침체로 강재 수요가 급감했을 때 에너지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