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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어떻게 49년만의 첫 우승을 이뤘나

입력 | 2018-04-02 05:30:00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 결정전 4차전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꺾고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대한항공 선수 및 관계자들이 모자를 벗어 환호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가 존 고든은 ‘긍정 리더십의 힘’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조직(팀) 문화가 전략을 능가한다’는 통찰이다. 대한항공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 우승은 이 맥락에서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프리에이전트(FA) 보강이나 외국인선수 교체가 없었다. 거의 유일한 영입은 리베로 정성민의 트레이드였다. 정성민은 현대캐피탈에서 주전급 선수도 아니었다.

게다가 팀의 시즌 플랜(전략)은 착오가 많았다. 레프트 김학민은 회복이 지연됐고, 세터 한선수의 변화된 토스는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를 혼란시켰다. 봄배구를 위해 체력을 비축하겠다는 전략은 시즌 초반 한때 꼴찌로 떨어지는 뜻하지 않은 결과도 초래했다.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 결정전 4차전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꺾고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헹가래 세례를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바닥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후반기 8할에 육박하는 승률을 냈다.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난 삼성화재에 1패 후 2연승으로 뒤집었다. 특히 PO 3차전 3세트는 4-11로 밀리던 흐름을 엎었다. 현대캐피탈과 붙은 챔피언결정전(챔프전)도 1패 후 3연승을 해냈다. 1차전 5세트 매치포인트까지 잡아놓고 역전패를 당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체력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4차전은 전부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대한항공 배구단은 1969년 창단했다. 1986년 재창단을 거쳐 2005년 V리그 원년 멤버였다. 3월 30일 홈 코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의 챔프전 4차전 승리로 대한항공은 49년 쌓였던 비원을 풀었다.

우승이라는 결과를 떠나서 대한항공은 팀 문화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비관적 상황에 몰렸음에도 계약만료 시즌을 앞둔 박기원 감독을 흔들지 않고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어느 시점부터 양복 입은 고위 임원들이 유니폼 입은 현장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선수단 외 라커룸 출입이 엄금됐고, 경기 후 도열이 사라졌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전력 약점이 있어서 우승을 못했다고 재단했다. 감독이 무능해서 우승을 못했다고 예단했다. 그러나 환부는 투자도, 리더십도 아니었다. 실패에 대처하는 관대함이 이 팀에 결여되어 있었다. 이것은 개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와 직결된 사안이라 더 바꾸기 어려웠다.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천안 현대캐피탈의 챔피언 결정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조원태 구단주와 유승민 IOC위원이 대한항공 우승을 눈앞에 두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런 변화가 극적으로 가능했던 터닝 포인트는 조원태 구단주의 등장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40대 젊은 리더인 조 구단주는 통역 직원에게도 먼저 고개 숙여 인사했고, 선수단 회식에서도 “선수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내가 다 알고 있다”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비로소 프런트와 선수단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간다는 동질감을 느꼈다. 선수들의 프라이드는 고비 때마다 팀을 받쳤다. 그렇게 대한항공은 울림을 주는 우승에 도달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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