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보다 더 꼭대기에 사는 이들은 달도 보이지 않아 별을 보며 시간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별동네 사람들이라 한다.―사당동 더하기 25(조은·또하나의문화·2012년)
“월 120만 원도 못 벌면서 2만 원짜리 치킨을 사 먹네.”
최근 청년 빈곤 문제를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이런 종류의 힐난이 가득했다. 잔업을 마치고 자정 넘어 퇴근한 기사의 주인공이 장을 볼 시간도, 요리할 여력도 없어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누리꾼들은 왜 주인공이 그 시간까지 일하면서도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버는지에 분노하기보다는 야식비로 ‘거액’을 지출하는 것을 비난했다.
이 책에도 비슷한 일화가 나온다. 저소득층 아파트 주민들이 배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하루 7000원의 점심값으로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빈곤의 현장은 깊이 들어갈수록 예상치 못했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조은 전 동국대 교수가 1986년 서울 사당동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가족을 25년간 추적한 ‘빈곤 보고서’다. 4대에 걸친 금선 할머니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개인이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도시 빈민들은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저자는 “계급이나 계층 이동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상계동 임대아파트로 옮긴 금선 할머니의 아들, 손주들에게도 가난의 흔적은 고스란히 대물림됐다. 이들이 특별히 게을렀거나 낭비가 심해서가 아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 탓에 마땅한 탈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빈곤 탈출의 사다리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빈곤층(중위 가구 소득의 50%에 미달)에 속한 가구가 다음 해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비율은 2008∼2012년 38∼39% 수준에서 2013∼2015년엔 32∼33%로 낮아졌다. 눈에 보이는 달동네, 별동네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가난의 대물림은 더욱 공고해진 현실이 씁쓸하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