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목을 모았던 톈궁 1호 추락은 별다른 피해를 내지 않고 일단락됐지만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는 우주쓰레기 위협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 따르면 1957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린 위성 7900여 개 중 현재까지 운용 중인 위성은 1900여 개다. 나머지는 퇴역하거나 부서진 채 궤도를 돌고 있거나 추락했다.
이 파편들은 평균 시속 2만8000km(초속 7.8km)로 날아간다. 지름이 1cm인 파편에 부딪히기만 해도 위성은 1.5t 트럭에 시속 70km로 부딪힌 것과 같은 충격을 받는다. 조중현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군인이 사용하는 소총 총알 속도의 8배”라며 “우주쓰레기에 맞아 구멍이 뚫리거나 고장이 나면서 지구로 떨어지는 위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전소되지 않고 지구 표면에 떨어진 1t 이상의 인공 우주물체는 연평균 420여 개, 모두 합쳐 약 100t에 이른다. 최근 50여 년간은 약 5400t이 지구 표면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쓰레기가 사람에게 떨어진 적은 단 한 번이다. 1997년 미국 ‘델타’ 로켓에서 약 15cm 길이 파편이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걷고 있던 한 여성의 어깨에 떨어졌는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9년 과학기술잡지 ‘와이어드’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파편이 가벼운 데다 바람을 거슬러 날아오느라 속력이 느려 충격이 약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성, 발사체 등 인공 물체가 더 자주, 더 많이 지구 궤도로 올라가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 우주물체 추락은 국제 분쟁을 낳기도 한다. 1977년 핵연료를 탑재한 옛 소련 핵추진 위성 ‘코스모스 954호’가 캐나다 호숫가에 추락해 캐나다는 대대적인 제염 작업을 벌여야 했다. 캐나다는 당시 600만 캐나다달러를 소련에 청구했고, 양국 간 협상을 거쳐 300만 캐나다달러를 받았다.
비탈리 아두슈킨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지구역학연구소 교수는 “우주쓰레기와 위성 간의 충돌 사고는 관련 국가들의 보복을 불러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각국은 지구저궤도(LEO)에 쏘아 올린 위성을 25년 내로 퇴역, 회수하도록 하는 ‘25년 규칙’을 만들었지만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개발도 늘고 있다. 유럽 에어버스는 ESA의 ‘클린 스페이스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올해 말 1m 길이 작살로 우주쓰레기를 찍어내는 ‘스페이스 정크 하푼’을 발사할 예정이다. 에어버스는 이달 3일 초소형 청소위성 ‘리무브데브리스’도 발사한다. 일본 우주개발 기업인 아스트로스케일은 자석을 이용해 우주쓰레기를 끌어오는 청소위성을 2020년 쏘아 올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0년 발사를 목표로 집게로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송경은 kyungeun@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