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꿀벌들은 뇌 속의 뉴런처럼 작용한다. 특히 의사결정에서 인간의 뇌가 따르는 심리학적 법칙들을 꿀벌 군집도 따른다. 그렇다면 꿀벌 군집의 집단지성은 실제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다시금 짐작해볼 수 있다. 이로써 실제 뇌 안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더라도 뇌의 신경 메커니즘을 위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900년대 초에 이미 꿀벌 군집의 초개체성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2만∼5만 마리가 모여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꿀벌 군집은 매일 1% 정도가 죽고 한쪽에선 꾸준히 새로 태어난다. 초개체는 개미나 꿀벌 등 군집이 외부 자극에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반응한다. 꿀벌 군집은 여왕벌과 일벌, 수벌이라는 큰 축 안에 수집, 정찰, 전투, 건축, 청소, 경비, 소방, 육아 등을 담당하는 개체들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여왕벌 한 마리가 구성원 대부분을 낳는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많은 벌들이 큰 사고나 예외 없이 움직이려면 긴밀한 소통과 집단지성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벌떼를 여러 군데에 갈라놓고 새로운 둥지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관찰했다. 좋은 둥지 A를 찾아낸 정찰병 꿀벌 a는 꿀벌 군집으로 돌아와, 다른 정찰병 꿀벌들을 데려가기 위해 격렬하게 춤을 추며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정찰병 꿀벌 b가 둥지 B를 위해 춤으로 신호를 보내면 a는 중지 신호를 보낸다. 여러 번 중지 신호를 받은 정찰병 꿀벌은 그 어떤 둥지에도 헌신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중지 신호는 먹이를 수집하는 꿀벌들이 적의 침입 시에도 사용한다. 중지 신호는 약 0.15초 동안 350Hz(헤르츠)로 전달된다. 둥지 A에 헌신하는 정찰병 꿀벌들이 일정한 정족수에 이르면, A가 새로운 정착지가 된다. 즉, 꿀벌들은 중지 신호를 통해 춤과 신호, 가능한 선택지에 가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내며 둥지의 선택지를 중복 체크한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단일 뉴런들이 전기화학 신호를 일으켜 집단적으로 소통하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실험 데이터를 뇌가 따르는 일반적인 법칙들에 대비시켜 계산해 보았다. 만약 양질의 선택지들이 있으면 결정은 신속히 진행된다. 최고급 한우 혹은 신선한 참치 회를 먹을지 고민하는 건, 허기를 채우기 위해 김밥 혹은 라면을 먹을지 각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비해 결정이 쉽다. 그런데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결정을 하기 위한 시간은 더 필요하다. 인간의 뇌는 선택지들이 많아지면 장애가 있는 것처럼 신속한 결정이 힘들어진다. 둥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꿀벌 군집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외부 자극의 크기 및 증가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변화 감지의 연관성도 뇌와 꿀벌 군집은 닮았다. 소리와 무게를 생각해보자. 매우 큰 경적 소리에 적당히 시끄러운 소리가 섞이면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벽돌 한 개에서 다른 한 개가 늘어나는 것은 벽돌 열 개에서 열한 개로 느는 것에 비해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방식의 외부 자극과 인식에 대한 일반적 법칙은 포유류에서 새와 물고기, 심지어 뇌가 없는 아메바 같은 변형균류 등 모든 종류의 동물들에게서 관찰된다. 꿀벌들도 아주 좋은 둥지와 그저그런 둥지 등 질적 수준과 차이의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졌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