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민 프로야구 2군 기록위원
만화보다 좋아 시작한 야구선수… 프로행 좌절→日 독립리그→강사
2015년 야구 못잊어 다시 컴백… “전국 순회 고달프지만 행복해요”

야구 선수로 빛을 보진 못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는 송형민 씨가 기록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송형민 씨(31)는 올해 4년 차 기록위원이다. 2군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1시에 앞서 2시간 일찍 경기장에 도착해 팀 오더를 교환하면 기록지 작성이 시작된다. 주심이 스트라이크, 볼, 아웃, 세이프를 판단하지만 기록위원의 판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타가 실책으로 바뀌기도 하고 투수의 홀드와 세이브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충암중·고교에서 내야수로 뛰며 고교 3학년 때 전국대회 4강에 들었지만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인하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계속했지만 2009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도 그의 이름을 부른 구단은 없었다.
“야구를 포기할 순 없었어요. 이듬해 손지환 김진우 선배와 함께 일본 독립리그 코리아해치(오사카)에 입단했죠. 일본 선수들이 공 하나하나에 치열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나 선수 생활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한화 입단 테스트에서 또 낙방했기 때문이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뒤 한 초등학교 임시직 스포츠 강사로 일했다.
야구와 다시 인연이 이어진 건 2015년. 한 친구가 KBO 전문기록원 과정을 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참가했다. 그렇게 성적 우수자 2명에게 주어지는 기록위원에 최종 합격했다.
그는 대학 시절 은사인 김상진 감독이 “항상 공부하는 선수가 돼라”는 말을 가슴에 담고 산다고 했다. “선수로 빛을 보지 못해 부모님께 항상 죄송했어요. 그래도 야구 기록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 만족합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