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직장 신입 괴롭히는 ‘비쥐타주’

2015년 비쥐타주 문화를 정면으로 다뤄 프랑스에서 화제가 됐던 영화 ‘웨이 오어 다이(Wei or die)’의 한 장면. ‘웨이(Wei·Weekend d‘integration)’는 프랑스 대학생들의 새 학기 주말 신입생 환영모임을 뜻하는 용어다. 이 모임에서 거친 신고식이 주로 이뤄져 비쥐타주를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한국에서도 3월 신학기가 되면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도한 음주에 따른 사고 소식이 들려오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문화가 만연해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과도하게 술을 마시게 하거나, 얼굴에 계란이나 밀가루를 뿌리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 길에서 화장지를 팔게 하거나 옷을 벗고 거리를 달리게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성적인 행동을 강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부 도시 툴루즈의 한 대학에서는 남자 엉덩이에 프랑스 전통음식을 부어 여학생에게 먹게 하고 남성의 성기로 여성의 얼굴을 때리게 하는 등 신고식을 빙자한 성추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네이마르
프랑스에서는 이런 신고식이 당하는 후배에게는 즐거운 관습이 아니라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에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에리크(19)는 기자와 만나 “고등학교 클럽 신고식 때 선배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웃으면서 조롱하듯 여러 노래를 부르게 하는 심술궂은 선배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1998년 다른 사람을 고통받게 하거나, 굴욕감을 줄 경우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벌금 7500유로(약 980만 원)를 내는 이른바 ‘비쥐타주 방지법’이 마련됐다. 이 법에 의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3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비쥐타주’ 방지 운동에 나서고 있다. 1997년부터 교육부, 체육부 등이 합동으로 비쥐타주방지국가위원회(CNCB)를 설립한 뒤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리프랑스 앙리 CNCB 위원장은 “비쥐타주 문제의 핵심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혹은 의지에 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신입생이나 신입 직원은 조직에서 소외될까 봐 두려워 강요를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조직 논리에 묻혀 용인됐던 성희롱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인 ‘미투 운동’과 비슷한 대목이다. 앙리 위원장은 “20년 동안 비쥐타주가 관습이 아닌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확산됐다”며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결국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