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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벤슨 “은퇴하는 날=챔프되는 날”

입력 | 2018-04-03 09:40:00

유니폼 벗는 DB 노장 쌍두마차
남다른 감회로 마지막 결투 준비




DB 김주성(오른쪽)이 동료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이 직접 그려 선물한 자신의 얼굴 액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동반 은퇴한다.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DB가 전의를 불태우는 건 단순히 자신들을 ‘꼴찌후보’로 얕봤던 바깥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떠나는 ‘두 형님’에게 챔프전 반지를 은퇴선물로 주기 위한 팀 내부의 각오도 남다르다. 시즌 전 은퇴를 선언하고 올 시즌 은퇴투어를 마친 정신적 지주 김주성(39)과 ‘동부산성’ 건설의 역사를 함께한 로드 벤슨(34)에게 2017~2018 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프전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커리어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이다.

벤슨은 4강 플레이오프 1~3차전 동안 이상범 감독이 “퍼펙트죠”라고 평할 만큼 팀의 1옵션 외국인선수로서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김주성은 매 경기 4쿼터 승부의 추를 DB에게 가져오는 무게중심이다. 이 감독이 “저희가 김주성, 윤호영이 함께 나서는 4쿼터는 절대 상대 팀에 내주지를 않기 때문에 1~3쿼터만 잘 따라가면 4쿼터는 늘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다.

프로인생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장식하게 된 두 선수의 마음가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주성은 3시즌 만에 챔프전 진출을 확정한 뒤 “감격스럽다. 통합우승(2007~2008시즌) 이후 10년 동안 몇 번 챔프전에 올라갔는데 패배를 많이 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은퇴시즌인 만큼, 우승 도전을 강력하게 하고 싶다”며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한테는 마지막 기회다. 같이 (이전 챔프전에서) 패배를 맛봤으니 이번엔 꼭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농구를 거쳐 온 외국인선수 중 최다 챔프전 진출(5회) 기록을 쓴 벤슨 역시 아직 DB 유니폼을 입고는 챔프전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없다. DB에서 2번 연속 준우승(2010~2011, 2011~2012시즌)에 그친 뒤 모비스에서 2연속 우승(2012~2013, 2013~2014시즌)을 경험한 벤슨은 “이번에 DB에서 우승을 하면 친정 팀에 돌아와 우승하게 된다. 이 것 뿐만 아니라 아무도 우리가 안 될 거라고 말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할 것이다. 모비스 시절에 한 우승보다 1000배쯤? 아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기쁠 것”이라며 웃었다.

벤슨은 김주성에게 은퇴 선물로 직접 그림을 그려 줘 화제가 됐다. 벤슨은 그림 선물에 대해 “처음 DB에 왔을 때 김주성이 대표팀에 가 있어서 같이 훈련을 못했다. 그래서 윤호영에게 ‘킹’이라고 했는데 윤호영이 ‘이 팀과 원주의 킹은 김주성’이라고 했다. 존경한다는 의미에서 (왕관 쓴 김주성 그림을) 선물했다. 그리는 데는 3주 정도 걸렸다. 그림을 좋아해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