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피아니스트인 김철웅 서울교대 연구교수는 3일 남측 예술단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찍은 기념사진에서 김 위원장 옆에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자리한 것과 관련, “100% 남한 언론을 의식한 자리 선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평양음악무용대학 선배인 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항상 자기는 ‘세련된 지도자’, ‘정상적인 지도자’, ‘여유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정치 스타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남한 언론들이 관심 있는 레드벨벳의 멤버를 자기 옆에 세움으로서 ‘나는 이런 것도 알고 이런 것도 즐길 줄 알고 너무 자연스러워’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드벨벳은) 참여부터 의외였다. (걸그룹이) 간다고 하면 소녀시대가 가지 않겠느냐 했다. (레드벨벳은) 저희도 적응 중인데 (북한에서)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다”며 “관객의 반응을 봤을 때 젊은 세대의 호기심이라든지 이런 반짝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공연의 특징은 관객층이 되게 젊었다. 상당히 놀랐다. ‘북한이 변하려고 그러나, 변했나’라고 제가 약간 흔들릴 정도로 (관객들이)되게 다양한 반응을 보이더라”며 북한 간부들의 연령대가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회 공연은 1500명 정도 수준밖에 안 되고 남한 공연, 단독공연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당 정권의 간부들만 모였다”며 “또 김정은 위원장이 우연하게 나타난 것처럼 했는데 아주 계획된 각본 같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보는 공연에 참석을 할 정도면 더욱 특별한 사람들을 골랐을 거다. 그렇다면 북한의 간부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관객석에서 발견한 또 다른 놀라운 점으로 모란봉악단원들을 꼽았다. 그는 “모란봉악단원들이 쭉 앉아 있었다. 예술인들을 참가시킨 이유가 뭐냐 하면 레드벨벳과 같은 현대의 안무를 어떻게 할(받아들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위원장이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 많은 것 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북한은 남한 언론에 상당히 신경 쓴다. 여러 가지 사람들의 반응, 댓글을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라며 실시간 온라인 반응을 당연히 보고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3일 진행되는 남북 합동무대에 대해 “아마도 북한에서는 답례 의사로 남한 노래를 같이 부르고, 현송월 단장이 남한 노래를 부르는 등의 퍼포먼스를 좀 하지 않겠나”라며 “남북의 가수와 음악가들이 같이 모여서 두 손 잡고 노래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감동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 단장이 당연히 무대에 나올 거라며 “합동공연만큼은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남한 측에 밀리지 않겠다는 약간의 묘한 기 싸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측으로서는 자기네 음악도 훌륭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상당히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