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바람의 손자’ 이정후(20·넥센)가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데뷔 첫 결장.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후는 그래서 더 대단하다.
넥센은 3일 고척 KT전에서 1-7로 패했다. 상대 선발 금민철에게 꽁꽁 묶이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넥센은 주축 타자 세 명이 빠진 채 경기를 치렀다. 지난달 31일 포수 박동원이 왼 손목 염증으로 1군 말소된 데 이어 이날 서건창마저 정강이 타박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2년차’ 이정후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는 지난 1일 삼성전 1회 도루 중 수비하던 강한울의 발에 왼손을 부딪쳤고 검지가 부어올랐다. 부기는 가라앉았으나 정상적인 타격은 힘들었다. 경기 전 넥센 장정석 감독은 “대타로 한 타석 소화나 수비 출장은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교체 투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패색 짙은 경기 흐름 탓에 장 감독은 이정후의 무리한 기용을 삼갔다. 결국 이정후는 데뷔 후 처음으로 벤치에만 앉아 경기를 마감했다. 그의 연속 출장 기록이 152경기에서 멈추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데뷔한 이정후는 144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컨디션 난조로 교체 출전이 10경기 있었지만, 그 자체로 대단한 기록이었다.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한 고졸 신인은 KBO리그 역사상 이정후가 최초였다. 올해도 이날 전까지 8경기에 모두 선발출장한 그의 기록행진은 아쉽게 중단됐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