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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최저기준 폐지’ 대학별 엇박자

입력 | 2018-04-04 03:00:00

교육부 권고에 수험생 혼란만 커져




교육부가 최근 대학에 수시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각 대학마다 방침이 엇갈리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섣부르게 대입 제도에 손을 대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20학년도 대입에서 연세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동국대 중앙대는 폐지 대신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외국어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은 폐지, 논술전형은 유지할 방침이다. 성균관대는 정원외전형은 폐지, 논술전형은 유지할 방침이다.

반면, 고려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고, 경희대는 이미 논술 전형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폐지를 검토하지 않는다. 고려대 양찬우 인재발굴처장은 “다음 주 입학전형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시요강을 확정하는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며 “응시자가 크게 늘어나면 물리적으로 입학사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대 수시전형에는 2만2500여 명이 지원했다. 이보다 응시자가 늘어나면 인력이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돼 고교교육 기여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받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했다.

갑자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고3 교실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학년 2학기 내신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수시 모집 인원이 70%가 넘는 현재 상황에서도 고3 수업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 경기 소재 고교의 한 진학지도교사 A 씨는 “3학년 2학기는 수시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을 하거나 수능 준비를 위한 자습이 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오히려 고3 수업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독려하는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울 소재 고교에서 고3을 가르치는 교사 B 씨는 “지금도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자유학기제’라고 부른다”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까지 폐지되면 고3 교실은 거의 붕괴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는 수시와 정시 시기를 통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9월 시작하는 수시 지원 시기를 늦춰 수능 점수가 발표되는 12월에 맞추자는 것으로 그동안 상당한 검토도 이뤄져 왔다. 그런데 대입 제도 개편안이라는 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수능 최저학력 폐지가 확산되면서 올해 고2가 고3이 되는 내년(2019년)과 고1이 고3이 되는 후년(2020년) 2년간 급속한 ‘교실 붕괴’를 막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입 제도 간 ‘도미노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단편적인 정책으로 입시 제도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내년 입시를 두고 당장 고2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