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기업윤리교육의 주요 질문을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에서 “이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옳은 행동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로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지금,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했습니까?’의 저자 메리 젠틸러 교수. 그는 직장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리 머릿속으로 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과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동창이 “친구 좋다는 게 뭐냐?”라고 말하면서 신입 직원 채용이나 협력사 선정 관련 부당한 청탁을 해온다면,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망설이면서도 나의 가치관과는 상충되는 일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젠틸러 교수는 ‘상황 재구성’이라는 도구를 써서 사고 실험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우정을 들먹이면서 부정한 청탁을 하는 친구에게는 똑같이 우정이라는 가치를 활용하되, 상황을 재구성해 보라고 한다. “나는 친구인 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다면 친구인 너도 이런 부탁을 받고 부담을 느끼는 내 기분을 고려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서 역으로 그들의 우정에 호소하는 훈련을 해보라고 한다.
젠틸러 교수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시뮬레이션이 있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했던 경우, 그리고 그렇게 못했던 경험을 우리 모두 갖고 있다. 그때, 그렇게 하거나 하지 못했을 때 내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렇게 하거나 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보자.
이 새로운 윤리 프로그램의 이름은 ‘가치관에 따른 행동(Giving Voice to Values)’이다. 이름이 암시하듯,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게 적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삶에서 정말 지키고 싶은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일 수도 있고, 공정함, 책임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준비가 될 때 “저는 위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는 변명을 하지 않게 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