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가나라 가나라 아주 가나.’
‘오나라’와 ‘가나라’는 무엇일까? 명령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명령할 때 어떤 방식을 쓰는가?
우리는 아랫사람에게 명령을 할 때 ‘-아라/어라’를 붙인다. 그게 규칙이다. 그게 규칙이라는 말은 불규칙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위의 노래에 나온 ‘오다’와 ‘가다’가 불규칙적인 예들이다. ‘오다’로 아랫사람에게 명령할 때 우리는 ‘-너라’를 붙인다. 일반 법칙을 따르지 않기에 ‘-너라 불규칙동사’라고 부른다. 그러니 ‘오나라’의 ‘나라’를 ‘-너라’로 보면 명령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문제는 ‘오나라’에 대한 설명을 ‘가나라’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가이다. 불가능하다. 우리는 ‘가다’라는 말로 명령할 때 어떻게 하는가?
조심해서 가거라. 어서 물러가거라.
‘가다’는 ‘오다’와 다른 방식의 명령법을 가진다. 특이하게도 이 동사에는 ‘-거라’가 연결된다. 그래서 ‘-거라 불규칙동사’로 불린다. 앞의 노래를 명령형으로 해석하려면 ‘오나(너)라, 가거라’의 짝이 맞추어져야 가능하다. 두 가지 질문이 나와야 한다. 첫 번째는 아래와 같은 반례가 있다는 것이다.
잘 가라. 어서 물러가라.
어서 와라.
어떻게 된 일일까? 언어가 변할 때 불규칙한 형태들이 규칙적으로 바뀌려는 경향을 보이는 일이 많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거라 불규칙동사’를 ‘가다’로 제한한다. 이 말은 이전에는 ‘-거라 불규칙동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규칙적으로 변화하려는 동향을 받아들이면서 현재까지 우리의 인식에 남았다고 판단한 것이 ‘가다’라는 의미다. 이런 경향에 더하여 학교 문법에서는 이미 ‘거라 불규칙’을 규칙동사가 된 것으로 처리한다. 규칙으로의 변화를 수용한 예다.
두 번째 질문은 아래와 같은 문장에 대한 것이다.
여기 앉거라.(x) → 앉아라
똑바로 서거라.(x) → 서라
잠자코 있거라.(x) → 있어라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