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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길진균]실리콘밸리의 수난

입력 | 2018-04-05 03:00:00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 2016년 미국 벤처캐피털회사 퍼스트라운드캐피털이 미국의 창업가 700명을 조사해 선정한 ‘가장 존경하는 정보기술(IT)업계 리더’ 1∼3위다. 이들이 이끄는 테슬라와 아마존, 페이스북의 주가는 최근 10년 가까이 끝이 없는 듯 상승세를 탔다. 승승장구했던 이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들이 최근 미증유의 고난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소위 ‘FAANG(팡)’으로 불리는 미국 IT 대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최근 3주 동안 3970억 달러(약 420조 원) 증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정보 유출 파문’의 직격타를 맞았고,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사고’ 악재에 휩싸였다. 아마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주가가 하락세다.

▷미 대선이 치러졌던 2016년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이슈는 기술 진보가 아닌 트럼프 당선이었다. 당시 리버럴 엘리트는 ‘클린턴 올인’이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표기업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60배나 많은 선거후원금을 몰아줬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IT 및 미디어산업을, 공화당이 집권하면 에너지 및 유통 산업을 수혜주로 선정하는 것이 월가의 전통이다.

▷포퓰리즘이 반(反)엘리트의 물결과 트럼프의 당선을 몰고 왔듯, 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협해온 FAANG이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에서도 칼날을 맞을 조짐이다. EU는 IT 기업의 정보사용 권한을 제한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5월부터 시행한다.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셔먼 독점금지법’으로 독점기업을 해체시킨 것처럼 2018년은 실리콘밸리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년 이상 세계 경제를 이끈 미국의 첨단 IT 기업들이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