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30년 전과 비교해 삶은 놀랍도록 달라졌지만 크고 작은 재난과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그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강구하고 노력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재난 대응 현주소는 제자리걸음이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안전조치를 비용이나 규제로 보는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값싼 드라이비트 외장재나 폴리에스테르 천막이 아니었다면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대구 서문시장에서 값비싼 희생은 없었을지 모른다. 안전교육이나 화재 대비 훈련을 충실하게 했다면 밀양 참사는 없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량의 경제규모 10위권 국가지만 안전 인프라는 초라하다. 소방인력은 부족하고 지역별 장비나 시설투자 격차는 크다. 소방학 관련 석사를 배출할 수 있는 종합대학은 3곳뿐이고 정책연구기능도 흩어져 있다. 민간 기술 개발과 소방안전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올 2월 말 서울 세브란스병원 화재는 꾸준한 안전투자의 결실이다. 식당이 전소될 만큼 큰불이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이 번지지도 않았다. 스프링클러, 방화셔터는 정상 작동했다. 1년간 10번 가까이 받은 소방훈련으로 익힌 경험과 매뉴얼에 따라 차분히 대응한 직원들 덕도 컸다.
2월 5일 시작한 국가안전대진단이 13일 종료된다. 주무 장관으로서 수차례 현장에서 불시 점검해 본 결과 허점이 많다. 손볼 곳도 수두룩하다. 정부 ‘화재안전대책 특별 TF’는 ABR급 종합안전대책을 도출할 것이다. 땜질 처방이 아닌 장기 청사진이다. 안전에는 지름길도, 무임승차도 없다. 우리 모두가 안전에 꾸준한 관심을 쏟고 투자할 때 안전사회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뿐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