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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촛불의 힘에 경의… 우리도 승리할것”

입력 | 2018-04-05 03:00:00

‘아베 퇴진’ 시위 이끄는 스와하라씨




스와하라 다케시 씨(왼쪽 사진)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주권자가 참여해 정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한발 앞서 있다”며 “일본의 촛불시위는 한국에서 매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23일 첫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광화문에서 본 ‘피플 파워’는 정말 대단했고, 경의를 갖게 됐습니다.”

3일 일본 도쿄(東京) 시내에서 만난 스와하라 다케시(諏訪原健·26) 씨는 2016년 12월 서울시 주최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땐 마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었다.

당시 한국에서의 경험은 최근 일본 총리 관저 앞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금요일마다 시위를 주최하는 시민단체 ‘스탠드 포 트루스’의 핵심 멤버인 그는 “일본에 촛불시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한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진실을 위해 거리에 서자’고 외치는 이 단체는 2015년 안보법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실즈(SEALDs·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 멤버와 젊은 직장인 등이 지난달 만들었다. 이 단체는 모리토모 학원 공문서 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스와하라 씨는 “박근혜 대통령 사태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권력자가 사익을 추구했고, 규정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며 “한국에서 촛불로 정권을 끌어내렸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RegaindemocracyJP’(일본의 민주주의를 되찾자)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응원 글을 올리는 것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스와하라 씨는 “촛불을 들고만 있어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총리 관저 앞 시위에는 지난달 23일 1만 명, 30일엔 1만3000명이 모였다. 현장에는 구호를 외치지 않고 촛불을 들고 서 있기만 하는 구역도 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진짜 촛불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택했다. 스와하라 씨는 “일본에선 경찰에게 페트병에 든 물을 뿌리기만 해도 체포된다. 진짜 촛불을 들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주최 측은 매주 LED 촛불과 야광봉 약 2000개를 준비한다. LED 촛불을 직접 준비해 오거나 대량으로 가져와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어 매주 관저 앞에서는 수천 개의 촛불 바다가 펼쳐진다. 비용은 현장 모금으로 충당한다.

스와하라 씨는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내각이 행정에 책임을 진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자신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책임이 없고 관료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이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시위에 나가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스와하라 씨 역시 실즈 활동을 하며 시위 현장에 나갈 때 부모님이 반대했고 친척으로부터 ‘공산당에 들어갔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는 “한국처럼 개인의 정치적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일본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