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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뒤 정문 잠그고 강사까지 신분증 대조… 5중 안전장치

입력 | 2018-04-05 03:00:00

8년전 ‘김수철 초등생 납치사건’ 겪은 초등교 가보니




4일 오전 8시 반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 앞. 카우보이모자를 쓴 학교보안관과 교감선생님이 교문 양쪽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근처 골목길에선 순찰 중인 경찰관 모습도 보였다. 오전 9시 학교보안관이 육중한 철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물쇠를 채웠다. 늦게 온 학생 한 명은 보안관이 문을 열어 준 뒤에야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이 학교의 출입 관리가 깐깐한 이유가 있다. 8년 전 발생한 ‘김수철 사건’ 탓이다.

○ ‘그때 그 사건’ 후 학교가 바뀌었다

2010년 6월 김수철(당시 45세)은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여학생(당시 8세)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했다. 지금의 학교보안관 제도가 바로 김수철 사건 때문에 마련됐다. 사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에는 제대로 된 출입관리 시스템이 없었다. 교문은 24시간 열려 있었고 외부인은 별다른 신분 확인 없이 학교를 드나들었다.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을 지름길 삼아 동네를 왕래했다. 하지만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의 출입 관리는 180도 바뀌었다.

이날 오전 9시 15분경 은색 싼타페 차량 한 대가 교문 앞에 멈췄다. 수업을 위해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는 외부강사였다. 보안관은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했다. 강사는 방문대장을 모두 작성한 뒤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보안관 원모 씨(63)는 “김수철 사건 후 학교가 보안 시스템과 시설물을 꾸준히 보완했다. 안전 매뉴얼을 철저히 따르기 때문에 이제 보안에 철저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원 씨 등 보안관 2명이 근무 중이다. 두 사람 모두 검은색 호출기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자리를 비웠을 때 방문자가 정문의 호출 벨을 누르면 호출기가 울린다. 보안관들이 다른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워도 ‘안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교문 폐쇄다.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학교는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근다. 학부모라도 출입을 원하면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사실 교문 폐쇄나 신원 확인은 모두 교육부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다. A초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 것이다. 그래도 빈틈은 있었다. 학부모 행사 등 불특정 다수가 학교를 방문할 때 방문증 발급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안전 공백’을 걱정했다. 그래서 올해 도입된 것이 가정통신문이다. 행사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면서 아래 부분에 절취할 수 있는 ‘방문확인증’을 붙인 것이다.

A초교 교장은 “안전을 위해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일단 매뉴얼만 지켜도 기본은 한다는 마음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두가 함께 만든 ‘안전한 학교’

A초교가 출입문을 폐쇄했을 때 일부 주민은 반발했다. 학교 후문을 통하는 코스가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후문 폐쇄 후 한동안 주민과 보안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불편함’ 때문에 ‘안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학생 안전이 1순위인 것이 맞다”며 수개월에 걸쳐 주민을 설득했다. 지금은 학교 옆 큰길로 돌아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이날 하교시간 10분 전 학교를 찾은 학부모 안모 씨(37·여)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렸다. 안 씨는 “조금 오래 서 있어도 불편한 게 낫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아이들 안전에 신경 쓰기 때문에 나도 기꺼이 ‘불편함’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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