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김수철 초등생 납치사건’ 겪은 초등교 가보니
○ ‘그때 그 사건’ 후 학교가 바뀌었다
2010년 6월 김수철(당시 45세)은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여학생(당시 8세)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했다. 지금의 학교보안관 제도가 바로 김수철 사건 때문에 마련됐다. 사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에는 제대로 된 출입관리 시스템이 없었다. 교문은 24시간 열려 있었고 외부인은 별다른 신분 확인 없이 학교를 드나들었다.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을 지름길 삼아 동네를 왕래했다. 하지만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의 출입 관리는 180도 바뀌었다.
이 학교에는 원 씨 등 보안관 2명이 근무 중이다. 두 사람 모두 검은색 호출기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자리를 비웠을 때 방문자가 정문의 호출 벨을 누르면 호출기가 울린다. 보안관들이 다른 업무 때문에 자리를 비워도 ‘안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교문 폐쇄다.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학교는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근다. 학부모라도 출입을 원하면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사실 교문 폐쇄나 신원 확인은 모두 교육부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다. A초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 것이다. 그래도 빈틈은 있었다. 학부모 행사 등 불특정 다수가 학교를 방문할 때 방문증 발급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안전 공백’을 걱정했다. 그래서 올해 도입된 것이 가정통신문이다. 행사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면서 아래 부분에 절취할 수 있는 ‘방문확인증’을 붙인 것이다.
A초교 교장은 “안전을 위해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일단 매뉴얼만 지켜도 기본은 한다는 마음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두가 함께 만든 ‘안전한 학교’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이날 하교시간 10분 전 학교를 찾은 학부모 안모 씨(37·여)는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렸다. 안 씨는 “조금 오래 서 있어도 불편한 게 낫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아이들 안전에 신경 쓰기 때문에 나도 기꺼이 ‘불편함’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