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초등교 안전은 훨씬 더 열악
4일 오전 11시 40분경 경기지역 A초등학교. 정문과 후문 등 출입문 3개가 활짝 열려 있었다. 교육부의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등하교 시간 외에는 출입문을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수업시간에도 모든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 이날 학교 정문으로 들어온 30대 남성 2명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나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운동장에선 학생들이 체육수업 중이었다. 학교 본관 1층에 탁자 하나가 있었다.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탁자에는 ‘학교방문수칙’과 ‘외부인 출입 시 출입증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팻말이 놓여 있었다.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 인질극 발생 후 지방 학교의 출입관리 실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산 부족으로 인력을 축소 운영하거나 아예 배치하지 않는 등 서울보다 더 열악한 탓이다.
경기지역만 해도 출입관리에 구멍이 뚫린 학교가 곳곳에 있다. 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배움터지킴이’는 하루 3시간만 일한다. 교육청이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이 연간 400만 원에 불과한 탓이다. 배움터지킴이는 서울지역의 학교보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A초교 관계자는 “예산 탓에 배움터지킴이를 추가로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4일 오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배움터지킴이 A 씨(70대)는 쉬는 시간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아이들을 말리느라 바빴다. 그 사이 학교 정문은 무방비였다. 수업 종이 울린 뒤 기자를 발견한 A 씨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 쉬는 시간에는 많이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인 출입 문제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A 씨는 “문을 잠가 놓으면 제일 편하다. 하지만 아이 준비물 때문에 급히 달려오는 학부모도 있고 급식이나 공사업체 등 차량도 수시로 드나든다. 도저히 문을 잠가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300m 정도 떨어진 다른 초등학교의 배움터지킴이실은 비어 있었다. 뒤늦게 돌아온 B 씨는 “수업시간이라 아이들이 교실로 간 틈을 타 급히 화장실에 다녀왔다. 사실 2명은 있어야 큰 문제없이 관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정훈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