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놀이마당 만드는 창업 선진국 英, 2만원 내면 2일만에 법인등기… 中, 규제풀어 하루 1만5000개 창업
과거 김대중 정부는 ‘신지식인’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청년창업을 장려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두고 청년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는 ‘놀이마당’을 만들려는 취지였지만 흐지부지됐다고 자신의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밝혔다. 지금 한국에는 놀이마당이 없는 반면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는 그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스타트업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창업을 경제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마크롱의 첫 작품은 파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센터를 설치한 것이었다. 해외 창업자에게는 4년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한 데다 13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까지 내놨다. 오래지 않아 50개국에서 2만3000개의 기업이 몰려들었다. 로봇기업 ‘H3 다이내믹스’ 등 해외로 떠났던 자국 기업의 ‘유턴’도 이어졌다. 청년실업으로 침체됐던 파리는 현재 ‘창업의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런던에 ‘테크시티’를 조성한 영국은 유럽 최고의 ‘창업국가’로 통한다. 창업자는 15파운드(약 2만2000원)만 내면 2일 만에 법인 등기 서류를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폐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50개의 스타트업을 추려 집중 육성했다. 그 덕에 테크시티의 입주 기업은 5000여 개까지 늘었다. 이곳에서 런던 일자리의 27%가 만들어지고 있다. 영국 내 정보기술(IT) 기업이 2012년부터 5년 동안 유치한 투자금액은 138억 달러(약 15조 원)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