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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세진]게임이 된 방탄소년단

입력 | 2018-04-06 03:00:00


최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가상현실 블록버스터다. 이 영화에는 게임 속의 퍼즐을 풀기 위한 열쇠로 추억의 게임과 영화, 음악 등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시각효과를 위해서만 4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다양한 콘텐츠가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영화가 탄생했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게임과 케이팝이 손을 잡고 새로운 게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회사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2014억 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로 빅히트의 2대 주주가 된 넷마블은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게임 ‘BTS WORLD’를 상반기에 출시한다. 이 게임은 멤버들이 게임만을 위해 1만 장 이상의 화보와 100개 이상의 스토리 영상을 찍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방탄소년단이 특히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북미의 게임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내에서 게임에 연예인이 등장한 시초는 1996년 개인용 컴퓨터(PC)용으로 나온 ‘컴백 태지 보이스’다. 마왕의 침략을 받은 인간계를 ‘서태지와 아이들’이 음악의 힘으로 지킨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게임과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의 융합이 대세가 됐다. 단순히 서로의 스토리나 캐릭터를 빌려 쓰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게임 속의 캐릭터들끼리 스스로 융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제3의 캐릭터를 만드는 단계까지 왔다.

▷콘텐츠 산업이 기존 제조업을 대체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이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통찰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시대에 융합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의 도전은 한국 산업사(史)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듯싶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