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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명물 철쭉꽃, 얼음 깔아놓아 개막일 맞춰 ‘활짝’

입력 | 2018-04-06 03:00:00

1R 돌입 ‘마스터스의 모든 것’





“그린재킷을 걸치고 마스터스의 일부로 영원히 남고 싶다.”

메이저 대회 7승 중 4승을 마스터스에서 따낸 ‘오거스타의 사나이’ 아널드 파머(미국)는 2016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낸 것이다.

2018 마스터스에 참가한 선수 87명은 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개막한 대회 1라운드부터 그린재킷을 품기 위한 열전에 돌입했다. 마스터스에 참가하는 골퍼들에게 그린재킷은 올림픽 금메달에 비교되는 영광스러운 훈장으로 여겨진다.

전년도 챔피언이 우승자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는 전통은 1949년에 시작됐다. 재킷은 1967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의 해밀턴 양복회사에서 독점 공급한다. 제작 원가는 250달러(약 26만5000원) 정도로 알려졌다.

대회 주최 측은 3라운드 직후 우승권에 들어 있는 선수를 위한 재킷을 사이즈별로 준비한다. 이 재킷을 시상식에서 사용한다. 이후 우승자 체형에 꼭 맞는 재킷을 새로 제작해 우승자에게 보내준다. 우승자는 재킷을 1년간 보관할 수 있으며 다음 해 대회 개막에 앞서 반납하면 챔피언스 라커룸에 영구히 보관된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가족들과 함께 분홍 철쭉꽃이 만개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13번홀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코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철쭉꽃은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세 차례 마스터스를 정복한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같은 코스가 천국에도 있다면 기꺼이 그 골프장 소속 프로가 될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4월 첫째 주 대회 개막에 맞춰 활짝 피는 철쭉꽃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 대회 개막 전에 일찌감치 철쭉꽃이 피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회 주최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쭉나무 주위에 얼음을 놓아 개화를 늦춰왔다”고 보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관계자는 “마스터스는 홀별 조경까지 꼼꼼히 신경을 쓰는 등 대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 선수들에게는 최상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 코스 세팅에 돌입하면 전 세계 300여 명에 불과한 이 골프장 회원들도 라운드를 할 수 없다. 또 그린은 잔디 아래에 설치된 서브 에어 시스템을 통해 습도와 온도 관리를 하며 대회 기간에는 하루 8번씩 잔디를 깎는다. 짧은 잔디로 인해 공이 구르는 속도가 빠른 ‘유리알 그린’을 만들어낸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방해할 수 있는 전자기기의 사용도 대회 기간에는 금지된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측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휴대전화의 사용은 금지된다. 일반 카메라를 사용한 촬영도 연습라운드에만 허용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 때문에 골프장에 설치된 공중전화에서 줄을 서서 전화를 하는 갤러리의 모습이 목격된다. 소음 통제 또한 엄격하다. 샷을 할 때 진행요원들이 들어 올리는 ‘조용히!’라고 적힌 손팻말을 마스터스에서는 볼 수 없다. 경기 운영의 디테일한 면까지 신경 쓰는 주최 측은 장내에 반입 가능한 비닐봉지 색도 잔디와 같은 녹색만 허용한다. 영국 일간 더선은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잔디와 색깔이 다른 물체가 포착돼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시청자의 집중력을 깨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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