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 돌입 ‘마스터스의 모든 것’
메이저 대회 7승 중 4승을 마스터스에서 따낸 ‘오거스타의 사나이’ 아널드 파머(미국)는 2016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드러낸 것이다.
2018 마스터스에 참가한 선수 87명은 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개막한 대회 1라운드부터 그린재킷을 품기 위한 열전에 돌입했다. 마스터스에 참가하는 골퍼들에게 그린재킷은 올림픽 금메달에 비교되는 영광스러운 훈장으로 여겨진다.
대회 주최 측은 3라운드 직후 우승권에 들어 있는 선수를 위한 재킷을 사이즈별로 준비한다. 이 재킷을 시상식에서 사용한다. 이후 우승자 체형에 꼭 맞는 재킷을 새로 제작해 우승자에게 보내준다. 우승자는 재킷을 1년간 보관할 수 있으며 다음 해 대회 개막에 앞서 반납하면 챔피언스 라커룸에 영구히 보관된다.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가족들과 함께 분홍 철쭉꽃이 만개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13번홀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눈다. 코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철쭉꽃은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다. 세 차례 마스터스를 정복한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같은 코스가 천국에도 있다면 기꺼이 그 골프장 소속 프로가 될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4월 첫째 주 대회 개막에 맞춰 활짝 피는 철쭉꽃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 대회 개막 전에 일찌감치 철쭉꽃이 피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회 주최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철쭉나무 주위에 얼음을 놓아 개화를 늦춰왔다”고 보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관계자는 “마스터스는 홀별 조경까지 꼼꼼히 신경을 쓰는 등 대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 선수들에게는 최상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은 대회 5개월 전부터 마스터스 준비에 들어간다. 코스 세팅에 돌입하면 전 세계 300여 명에 불과한 이 골프장 회원들도 라운드를 할 수 없다. 또 그린은 잔디 아래에 설치된 서브 에어 시스템을 통해 습도와 온도 관리를 하며 대회 기간에는 하루 8번씩 잔디를 깎는다. 짧은 잔디로 인해 공이 구르는 속도가 빠른 ‘유리알 그린’을 만들어낸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