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재판 보이콧했던 박근혜, 항소 포기 가능성

입력 | 2018-04-07 03:00:00

작년 10월 “재판부에 믿음 잃어”… 유영하 “항소여부 아직 말씀 없어”
檢, 일부혐의 무죄에 항소 시사
24년刑 확정땐 89세에 만기출소




6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을 구치소에서 접견한 유영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4기)는 “아직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아무 말씀이 없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항소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그동안 ‘재판 보이콧’을 해왔던 점에 비춰 보면 1심 재판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의 구속 기한 연장에 반발하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에게도 “형량이 20년형이든, 30년형이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 판결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항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본다. 항소를 포기하면 1심 판결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1996년 8월 1심 재판에서 12·12쿠데타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항소한 바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은 이날 재판 직후 “앞으로 항소심,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을 해주실 거라고 믿는다”며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철구 변호사(48·37기)는 “이 사건은 반쪽짜리 사과와 같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인단은 재판을 맡은 후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접견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강 변호사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지 않은 원론적인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접견을 거부하고 명시적인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국선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원심 변호인 자격으로 법원에 항소장을 낼 수 있다. 이럴 경우에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포기하려면 항소 취하서를 내야 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삼성전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데다 1심 형량도 검찰 구형량(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보다 낮게 나와 항소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하고 검찰만 단독으로 항소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항소심 재판이 열리더라도 법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항소심 재판은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혐의를 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많아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1심 재판에서 방대한 증거 조사와 증인신문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항소심 재판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심 선고 형량인 징역 24년이 그대로 확정돼 감형이나 사면 없이 끝까지 복역한다면 박 전 대통령은 89세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

관련뉴스